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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광희 "통상 10위 국격 걸맞게 '수입대국' 전략도 갖춰야 할 때"

[서경이 만난 사람-홍광희 한국수입협회장]

연간 5,000억弗 수입하지만 87%는 수출용 원자재

무역마찰 점점 거세…수입사절단 파견 등 고민해야

코로나·보호무역 대비 '글로벌 소싱' 다변화도 절실

홍광희 한국수입협회장의 집무실 한쪽 벽은 세계지도로 도배돼 있다. 홍 회장이 세계지도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욱기자




홍광희(사진) 한국수입협회장은 ‘수입 예찬론자’다. 수출만 해서는 다른 국가와의 통상 마찰을 피할 수 없고, 또 평소 수입선을 다변화해놓아야 자국 우선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균열에서 오는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홍 회장은 평소 “한국이 이제 10위권 통상 대국이 될 만큼 국격이 올라온 만큼 수입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져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런 그를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협회 집무실에서 만났다. 2019년부터 수입협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홍 회장은 “한국 주재 각국 대사들이 가장 먼저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만큼 대사들이 자기 나라 제품을 사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반세기 남짓 동안 전 세계에서 도움을 받던 국가에서 도움을 주는 국가가 된 유일한 곳이 한국”이라며 “이제 수출은 조용하고 실속 있게, 수입은 화려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회장은 특히 “무역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우리나라 국익을 극대화하려면 수입협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바이어 단체라 해외에서 거부감이 없고 환영받는 수입협회는 무역에서 잘 드는 ‘과도(果刀)’ 같은 존재”라며 “해외에서 한국 제품 전시회, 투자 사절단이 나가더라도 우리가 앞장서야 매끄럽게 끌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대담=김홍길 성장기업부장 what@sedaily.com

우리나라는 무역 강국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교역 여건이 나빠져 무역액 1조 달러 수성이 버거울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조 달러를 넘겼다. 홍 회장은 전체 무역 가운데 근 절반을 차지하는 수입의 효용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홍 회장은 “교역 규모가 1조 달러를 넘으면 수입은 5,000억 달러인데, 수입 중 원유·철강 등 원자재 수입이 87%가 넘는다”며 “실상 우리는 수출만을 중시하지만 수입 중 87%가 수출을 하기 위해 필요한 원자재 수입이라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석유제품만 해도 연간 400억 달러어치를 수출하려면 원유 수입이 선행돼야 한다”며 “최고의 수출 효자 품목인 메모리 반도체도 해외에서 장비·소재 대부분을 수입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홍 회장은 “수입에 대한 전략적 마인드 부족이 보호주의 강화와 맞물리면서 각국과의 통상 마찰로 연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유럽과 중동·러시아 시장의 교두보인 터키가 우리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7년 만에 연간 40억 달러를 웃도는 대한(對韓) 무역수지 적자를 이유로 우리에게 통상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은 생생한 실례로 꼽힌다. 홍 회장은 “전 세계에서 150여 개국은 우리가 흑자를 보고 있고 나머지 90여 개국은 적자”라며 “150여 개국 입장에서 보면 ‘왜 너희 나라 물건만 파느냐’고 타박할 수 있는 만큼 수입 사절단 파견 등을 통해 이들의 통상 압박을 누그러뜨리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에는 우즈베키스탄이 “양국 교역 중 98%가 한국 수출”이라며 우리 정부에 불만을 제기하자 홍 회장이 50명의 바이어를 대동해 우즈베키스탄으로 건너가 갈등을 진화했다는 일화도 들려줬다.

홍 회장은 평소 한 달에 한두 번은 해외로 나간다. 각종 구매 상담회는 물론 각국 정부 관계자 및 무역 유관 기관장을 만나 교역 확대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해외 출장이 줄었지만 그래도 협회는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각국 무역 업체와 온라인 화상 미팅을 연다. 홍 회장은 과거 한국산을 폄하할 때 흔히 얘기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이제는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바뀌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의 종합 성적표가 몰라보게 올라갔다는 것이다. 그는 “30년 전만 해도 우리가 아무리 잘 만들어도 한국 제품이면 서구 제품보다 5% 가격이 쌌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가 통상 10대 국가에 올랐고, 한류까지 생기면서 이제는 외국인에게 한국 화장품을 선물하면 누구나 좋아할 정도가 됐다”고 흐뭇해했다. 홍 회장은 그러면서 “우리의 연간 수출 규모를 대략 5,000억 달러로 잡으면 한국산이라 붙는 프리미엄이 적게는 5%, 많게는 10%”라며 “10%면 500억 달러, 한화로 50조 원”이라고 말했다.



수입협회장으로서 수입선 다변화는 부쩍 공을 들이는 분야다. 협회 산하에 관련 연구를 하는 수입전략연구소를 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홍 회장은 “우리나라의 수입 품목 중 100개 남짓이 중국에 집중돼 있다”며 “정치적 문제, 코로나19와 같은 천재지변이 생기면 문제가 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홍 회장이 강조하는 것인 ‘컨틴전시 플랜’ 마련이다. 홍 회장은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 대비해 전략 품목은 세컨드(second), 서드(third) 소싱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미리 경고하는 일종의 ‘알람 시스템’을 만들어 국가 차원에서 기업에 사전 사인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런 부분에서 상대국으로부터 거부감이 적은 협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홍 회장은 강조했다. 그는 “해외 각국의 제조 업체나 협회에 (원자재 관련) 문의를 하면 각종 국내 단체 중 수입협회가 가장 빠른 피드백을 받는다”며 “그만큼 무역 상대국을 상대로 굉장히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카드가 바로 수입협회”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사태 초기 마스크 수급에 문제가 났을 때도, 그 이전에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을 제한했을 때도, 수입협회가 다른 기관보다 탁월한 정보 수집력으로 수입처 발굴에 도움을 줬다”고 소개했다.

그런 맥락의 연장선에서 신남방·신북방 정책은 시의적절하다고 봤다. 홍 회장은 “무역 관점에서 미국·중국이 가장 중요하고 잘해야 하지만 절대 안주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자국 우선주의 득세로 리쇼어링 움직임이 확연하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비관세 장벽도 많아지고 있는 만큼 신흥 경제권으로 우리의 무역 영역을 더 넓히기 위해 항시 힘써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통상에서도 기업이나 국가나 맞춤형 전략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결국 일류와 이류는 수요자인 고객 관점에서 생각하고 움직이느냐 여부에서 갈린다”며 “국가별로 어떤 니즈가 있는지 꼼꼼히 파악해 수입과 수출을 종합적으로 묶어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 회장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고슴도치와 같은 존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포식자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반도체·배터리 같은 산업에서 힘이 센 ‘기술적 고슴도치’가 되면 강국들과 당당히 맞서서 국격을 유지할 수 있다”며 “내부적으로 잘 뭉치고 강대국이 삼킬 수 없는 국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성세대가 짧은 시간에 도움을 받는 국가에서 도움을 주는 국가로 우리나라를 바꿨다면 젊은 세대는 우리나라를 트렌드를 주도하는 국가로 만들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정리=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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