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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잃은 돈' 올해 은행서만 114조 더 늘었다

5대 銀 요구불예금 전년比 3.6배↑

대표 단기자금 MMF도 148조로 쑥

초저금리·경기 불확실성 장기화에

투자처 찾기 쉽잖아 대기자금만 급증





갈 곳을 찾지 못해 은행에 마냥 대기 중인 뭉칫돈이 올 들어 114조 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0~1%대 이자율로 일정 기간 돈을 묶어놔야 하는 정기 예적금 잔액은 지난해보다 줄었다. 초저금리와 경기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상황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언제든 꺼내쓸 수 있는 현금성 자산에 고이고 있다는 의미다. 억세지는 부동산 규제와 잇단 사모펀드 사태, 주가연계증권(ELS) 발행 위축 등으로 얼어붙은 금융권은 안정적인 투자처를 원하는 수요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614조 4,003억 원으로 전달보다 16조 4,386억 원 급증했다. 공모주 광풍을 이어간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일반 청약이 진행된 10월에 소폭(3조 8,000억 원) 줄었다가 지난달 다시 증가한 수치다.

올해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은 이례적인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올 들어 11월까지 114조 1,157억 원 늘어 지난해 같은 기간(32조 119억 원)보다 3.6배나 더 불었다. 요구불예금은 수시 입출식 예금, 수시 입출식 저축성예금(MMDA) 등 예금자가 언제든 찾아 쓸 수 있는 예금을 뜻한다. 정기 예적금과 달리 자금을 자유롭게 넣고 뺄 수 있는 대신 금리는 연 0.1%대로 사실상 이자가 붙지 않아 대기성 자금으로 평가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역대 최저 기준 금리 영향으로 수신 금리가 워낙 낮은데다 중위험·중수익을 원하는 수요자에게 적합한 투자처가 많지 않다 보니 예적금 대신 언제든 돈을 이동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에 자금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은행 예금 금리가 올 6월 사상 처음 0%대에 진입하면서 예적금 인기는 바닥을 치고 있다. 11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정기 예적금 잔액은 681조 3,118억 원으로 전달보다 3,995억 원 감소했다. 지난해 말과 견주면 올 들어서만 총 4조 4,042억 원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이들 은행의 정기 예적금이 74조 6,000억 원 늘었던 것을 감안하면 급격한 변화다.

요구불예금처럼 투자처를 찾지 못해 떠도는 자금은 금융시장 전반에서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대표 단기 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와 종합자산관리계좌(CMA)는 11월 말 기준 각각 148조 원, 60조 원까지 늘었다. 증시 투자자예탁금도 역대 최대인 62조 원에 달한다. 코스피지수가 연일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증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운데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미국 대선 이후 변동성 등 여전히 높은 불확실성을 경계하는 심리가 크다는 뜻이다.

초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투자자들의 갈증은 커지고 있지만 떠도는 자금을 끌어들일 투자처는 마땅치 않다.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로 사모펀드 시장은 크게 위축된데다 공모 펀드에 대한 투자 심리는 여전히 차가운 실정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초저금리와 양적 완화로 돈이 많이 풀렸음에도 경기 불확실성이 워낙 높다 보니 소비·투자 대신 ‘자금을 일단 모아두자’는 예비적 동기의 수요에 몰리고 있다”며 “주식시장의 개인 투자 비중이 높아졌다지만 실제 현금 여유가 있는 노년층 입장에서는 고위험 자산인 주식은 꺼릴 수밖에 없고 부동산은 가격·세금 부담이 너무 높아져 적절한 투자처가 없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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