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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이 된 동학개미...'코스피 2,800' 열었지만 빚투·단타 부작용도

하루거래 17조원 288% 폭증... 증시 주도세력 떠올라

코스피 2,800시대 열고 정책 방향에도 영향 미쳐

증시 활황세 가져온 투자 열풍 주역이지만

단타·빚투 이용한 '한방' 노린 위험 투자도 많아져

원금 580만원으로 3억 넘게 거래...빚투로 ‘부실 뇌관’ 우려도

28일 다시 최고치를 경신한 코스피 /연합뉴스




# 15년 가까이 오로지 예금·적금만 했던 직장인 윤혜영(39) 씨는 이달 초 생애 처음으로 증권 계좌를 개설했다. 예금 만기 후 재예치를 하려다 이자가 너무 적다고 생각해 주식 투자로 눈을 돌린 것이다. 주식이 처음이기도 하고 노후 자금용으로 오래 묵힐 돈이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LG전자·포스코 등 튼튼한 대기업 주식들로만 계좌에 담았다. 윤 씨는 “시작하고 일주일 만에 모조리 마이너스 수익률이 나서 너무 늦게 시작했나 싶어 자책을 많이 했는데 갑자기 몇몇 주식이 급등하면서 1년 예금이자보다 많은 수익을 올리게 됐다”며 “주식 투자가 이런 건가 싶어 신기하면서도 불안한데, 어쨌든 앞으로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들었다”고 말했다.

올해 증시에 뛰어든 개인 투자자의 상당수는 윤 씨와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바닥까지 떨어진 금리와 꽉 막힌 부동산 규제로 돈 굴릴 곳을 찾지 못해 주식으로 눈을 돌렸는데 때마침 상승장이 펼쳐져 기대 이상의 수익을 거뒀던 경험 말이다. 올해 ‘코로나 쇼크’로 이 같은 행운을 경험한 수많은 개인은 본격적인 주식 공부를 시작했고 투자금을 늘려가면서 국내 증시를 이끄는 명실상부한 큰손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하지만 개인들의 투자 열풍 이면에는 불안 요소도 적지 않다. 일례로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는 것과 동시에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 규모가 19조 원을 넘나들며 최고치를 찍었다. 단기간에 높은 수익률을 거두기 위해 ‘단타’를 거듭하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하루 17조 원 굴리는 개미들…증시의 거인이 되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개인 투자자들의 일평균 거래 대금은 약 17조 3,000억 원으로, 증시 전체에서 하루 거래되는 자금인 22조 7,000억 원의 76.2%를 차지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하루 6조 원 규모에 그쳤던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 대금이 올 들어 288%나 늘어난 셈이다. 주식시장에서 개인의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 64.8%에서 11.4%포인트 증가했다.

개인들의 영향력이 이렇게 커진 배경에는 올해 새롭게 주식 투자에 나선 ‘스마트 개미’들이 있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3,472만 4,086좌로 올해 초(2,935만 6,000좌) 대비 약 536만 좌(18.2%) 증가했다. NH투자증권의 분석을 봐도 올해 11월까지 신규 개설된 계좌는 126만 5,437개로 전체 계좌(약 604만 개)의 21%에 달했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의 투자가 늘어났는데 20대의 경우 총 64만 개의 계좌 중 67%인 43만여 개가 올해 새로 만들어진 계좌였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금융시장에 직격탄을 날릴 때도 과감하게 저가 매수에 나서며 증시의 버팀목이 됐다. 그리고 올 한해에만 증시에 117조 원의 자금을 쏟아부으며 증시의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한 자금은 코스피 45조 7,999억 원, 코스닥 15조 9,508억 원 등 총 61조 7,507억 원에 달했다. 올 들어 고객 예탁금 역시 1월 초 29조 8,599억 원에서 이달 23일 기준 63조 3,266억 원으로 34조 4,668억 원(54%) 순증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올 들어 국내 증시로 이동시킨 자금만 96조 2,175억 원에 이르는 것이다. 여기에 개인들이 올해 해외 주식을 순매수한 금액 192억 달러(약 21조 원)를 포함하면 순수하게 개미들의 힘으로만 국내외 증시에 117조 원의 ‘머니 무브’가 일어난 셈이다.

코스피 2,800 끌어올리고 공매도 등 정책 개편에도 영향 미쳐


이들 스마트 개미들에 쏟아부은 막대한 자금에 힘입어 국내 증시는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전날인 28일 코스피지수는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2,808.60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27.7%가 올랐는데 이는 주요20개국(G20)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면서 국내 증시의 체력이 튼튼해졌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악재가 출현하면 빠르게 증시를 이탈하는 외국인·기관과 달리 개인들의 투자금은 이익 실현 전까지 움직이지 않는 경향이 높다는 것이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개인이 증시를 주도하는 상황은 지수 하단을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증시의 주도 세력이 된 개인 투자자들의 힘은 주식 양도소득세나 공매도 등과 관련한 주요 정책들의 변경으로도 이어졌다. 일례로 올해 정부는 내년 4월부터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종목당 보유 금액 10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낮출 계획이었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거센 반대에 밀려 현행 기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올해 9월 중순까지 예정돼 있던 공매도 전면 금지 기간도 개인 투자자들의 강력한 요구가 반영돼 내년 3월 중순까지로 연기됐다.

공모주 청약 제도 개편에도 개미들의 힘이 닿았다. 공모주 청약제도는 개인 투자자들에 더 많은 기회를 주려는 목적으로 내년부터 개인에 대한 청약 배정 물량 비율을 20%에서 최대 30%까지 늘리기로 했다. 또 개인 투자자에 배정하는 물량 중 절반 이상을 최소 청약 증거금 이상을 납입한 모든 투자자들에게 골고루 배분하는 방식도 도입하기로 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빚투·단타 유행은 우려돼


하지만 3월의 폭락·폭등장을 지나며 고수익을 경험한 때문인지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빚투’와 ‘단타’라는 투기적 행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빚투’는 대출을 최대한 받아 투자금을 늘린 후 고수익을 노리는 레버리지 투자를 의미하고 단타는 주식을 사고파는 횟수를 늘리는 행위를 말한다. 일각에서는 거대한 주식 투자의 흐름 속에서 나만 뒤처지면 안 된다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이 개인을 잦은 매매로 이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NH투자증권이 자사 고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 1~11월 20대가 개설한 신규 계좌의 회전율은 5,248%에 달했다. 이들 계좌의 평균 잔액은 약 583만 원인데 빚투와 단타로 지난 11개월 동안에만 3억 원 이상의 주식을 거래했다는 의미다. 신규 30대 고객의 회전율도 4,472%나 됐다. 이들 계좌의 평균 잔액은 1,512만 원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올해 거래한 주식 대금은 6억 7,161억 원에 달한다는 의미다. 평균 3,265만 원의 잔액을 가진 투자자가 약 3억 7,400만 원 규모(약 10배)를 거래하는 것이 평균치라는 점을 고려할 때 2030세대의 자금 회전율과 레버리지(대출) 규모는 위험 수위라고 볼 수 있다. 실제 빚투를 나타내는 국내 신용융자잔액은 올해 3월 말 6조 5,783억 원에서 이달 23일 기준 19조 4,039억 원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올해 증시의 큰손으로 성장한 개인 투자자들이 계속 증시에 남으려면 단타와 빚투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단타와 빚투가 실제 수익률에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로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단타 경향이 가장 강했던 20대의 올해 수익률은 10.45%였지만 회전율이 1,757%로 가장 낮았던 60대 이상 투자자의 경우 원금 대비 23.57%를 벌어 수익률이 가장 좋았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사고팔고를 많이 한다는 것은 싼 가격과 비싼 가격을 정확히 알고 대응한다는 의미일 텐데, 사실 특정 종목의 시세는 누구도 정확히 알기 어렵다”며 “특히 올해는 큰 조정 없이 주가의 꾸준한 상승이 있었는데 이럴 때일수록 자주 사고파는 것은 좋은 수익을 올릴 확률을 스스로 낮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주식 투자에는 ‘기다림’이 상수로 존재한다”며 “감당하기 어려운 대출을 낸다는 것은 적정 수익을 거둘 때까지 기다릴 수 없게 만드는, 투자에 있어 스스로 핸디캡을 만드는 행위”라고 조언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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