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이른바 ‘정인이 사건’으로 논란이 된 아동학대 문제에 대해 사과를 하고 법원에 양형기준 상향을 요청하는 등 가해자 강력 처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입양 절차 전반에 걸쳐 공적 책임을 한층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아동학대 대응 긴급 관계장관회의에서 “태어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양부모 손에 입양되고 계속된 학대를 견디지 못해 세상을 떠난 ‘정인이 사건’이 낱낱이 밝혀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며 “짧았던 삶 내내 가정과 국가 그 어디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하고 고통 속에 세상을 떠난 정인이를 생각하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정부가 여러 차례 대책을 마련해서 추진하고 있음에도 정인이 사건과 같은 충격적인 아동학대 범죄가 근절되지 않고 있어 총리로서 송구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 총리는 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장기화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가정이나 보육시설 등에서 학대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찾아내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며 “따뜻한 시선으로 주변의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위험에 처한 것은 아닌지, 도움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내 자식처럼 살펴보는 우리 모두의 관심이 절실한 때”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지난해 7월, 아동·청소년 학대 방지 대책을 마련했음에도 현장에서 아동학대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보완할 점이 아직 많다”며 “아동학대 가해자를 강력하게 처벌하기 위해 양형기준 상향을 법원에 요청하고 입양 절차 전반에 걸쳐 공적 책임을 한층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회의에는 정 총리를 비롯해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법무부, 경찰청 등 사회 관계부처 장관들이 참석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16개월 된 영아가 입양 가족에게서 학대를 받고 있다는 정황의 신고를 지난해 5월과 6월, 9월 세차례에 걸쳐 받았는데도 아이와 부모를 분리하지 않고 보호자의 말을 받아들여 돌려보냈다. 결국 정인양은 지난해 10월13일 온몸에 멍이 든 채로 양천구 목동 소재 한 병원의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부검결과 사인은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이었다.
양천경찰서는 뒤늦게 지난 11월19일 양부모를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양천경찰서를 대상으로 감찰을 진행해 사건 처리와 관계된 경찰 12명에 대해 무더기 징계처분을 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입양 아동을 사후에 관리하는 데 만전을 기해 달라”며 “입양 절차 전반의 공적 관리·감독뿐 아니라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는 입양 절차에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 되어야 한다’(입양특례법 4조)는 원칙이 철저하게 구현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지시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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