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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냐 유영국이냐, 미술시장 꿈틀

케이옥션, 20일 올해 첫 메이저경매 주목

2012년 12억→2018년 30억원 김환기 작품

김환기 작품 거래는 시장회복 신호탄

추상미술 거장 유영국 최고가 경신 기대

투자처 찾는 유동자금 미술시장 활력소

김환기의 ‘22-X-73 #325’가 시작가 30억원에 경매에 오른다. 지난 2012년 12억원, 2018년 30억원에 낙찰됐던 작품으로 이번 경매 거래 여부가 미술시장 회복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사진제공=케이옥션




#서울과 파리에서 활동했던 김환기(1913~1974)는 1963년 뉴욕으로 가 그곳에서 1970년대 전면 점화(點畵)를 완성했다. 지난 2019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132억원(수수료 포함 153억원)에 낙찰된 ‘우주 05-Ⅳ-71 #200’도 그중 하나다. ‘환기블루’라 불리는 특유의 푸른색 점화를 비롯해 노랑, 주홍, 초록 등의 색면 점화를 제작하던 김환기는 타계 직전 해인 1973년 10월 22일 블루블랙으로 그리기 시작한 ‘22-Ⅹ-73 #325’를 기점으로 검은 색조의 점화에 천착했다.

흑점(黑點)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김환기의 ‘22-Ⅹ-73 #325’가 오는 20일 열리는 케이옥션 경매에 오른다. 이 경매에는 총 130점, 약 92억 원 어치의 작품이 출품돼 새 주인을 찾는다. 올해 첫 메이저 경매이기도 한 이번 경매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경기가 위축되면서 2018년 대비 거의 반 토막 수준으로 붕괴한 미술 시장이 본격 회복세로 돌아설지를 판단하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김환기의 ‘XII-69’는 종이에 그린 유채 작품으로 추정가는 1억5,000만~3억원이다. /사진제공=케이옥션


◇환기 열풍 다시 불까=김환기의 말년작 ‘22-Ⅹ-73 #325’의 작품값은 약 30억~5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 작품은 1970년대 단색조 추상회화들이 재조명된 이른바 ‘단색화 붐’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2012년 12월 서울옥션(063170) 경매에 나와 12억 원에 낙찰됐다. 이후 2015년부터 김환기 작품이 연거푸 최고가 기록을 경신하는 ‘환기 열풍’이 시작됐다. 2018년 11월 6년 만에 케이옥션 경매에 다시 나온 이 작품은 무려 250% 상승한 30억 원에 새 주인을 찾아갔다. 마지막 거래로부터 2년 여 만에 세 번째 경매에 나오는 이 작품의 시작가는 30억 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에는 김환기 작품의 거래가 주춤했고, 그로 인해 기록 경신도 없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황 속에 미술경매에서 10억 원 이상의 고가 작품 거래가 급감했고, 20억~30억 원 대 고가인 김환기의 점화는 출품도 저조했다. 그래서 가격 수준은 김환기보다 상대적으로 낮지만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작가이면서 향후 가치 상승과 환금성이 좋은 이우환의 작품이 강세를 보였다.

미술계에서는 이번에 출품된 김환기 작품의 거래가 성사될 경우 초고가 미술품의 거래 재개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술품은 같은 작가의 비슷한 시기 작품도 가격에 편차가 있는 등 가격 비교가 쉽지 않은 까닭에 동일한 작품의 리세일(reale) 가격이 의미 있는 지표로 기록된다. 12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몸값을 올렸던 작품이 얼마에 거래될지에 따라 향후 김환기 작품의 가격 추이는 물론 한국 미술 시장의 회복 가능성까지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영국의 1989년작 ‘작품’이 추정가 7억~15억원에 경매에 나와 작가의 최고가 기록(7억7,000만원)을 경신할지 기대를 모으게 한다. /사진제공=케이옥션


◇김환기냐 유영국이냐=이번 경매에서는 김환기와 함께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꼽히는 유영국(1916~2002)의 최고가 기록 경신에도 이목이 쏠린다. 유영국은 1930년대 말에서 1940년대 초 한국 미술가로는 처음으로 ‘완전 추상’을 이뤄낸 작가다. 작가 최고가 기록은 2019년 5월 경매에서 낙찰된 1960년 작 ‘작품’의 7억7,000만 원이다. ‘단색화’ 이후 한국의 색채 추상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는 가운데 지난달에는 미국의 예술 서적 전문 출판사 리졸리(Rizzoli)가 수년간 준비한 작품집 ‘유영국:정수’를 발간해 주목받았다. 리졸리는 로이 리히텐슈타인, 에드 루샤, 리처드 세라, 프랜시스 베이컨 등의 책을 내놓은 명성 높은 출판사다. 이번 경매에 나온 유영국의 1989년 작 ‘작품’은 120호 크기로, 평생 그려온 산(山)을 주제로 선명한 원색에 보라·초록의 변주가 돋보이는 그림이다. 추정가는 7억~15억 원이다.

한편 최근의 유동성 증가는 미술 시장에도 청신호를 밝히고 있다. 투자처를 찾는 시중 유동자금이 부동산, 주식에 이어 미술 시장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술사적으로 검증돼 안정적인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고 환금성이 좋은 미술품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안전 자산’으로 꼽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경기 회복에 앞서 미술 시장이 먼저 상승 무드를 주도하는 경향을 보였다. 국내 미술 시장 유일의 상장사인 서울옥션은 지난달 중순에 코로나19로 하락했던 주가를 회복해 1년 전보다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기존 미술 시장을 이끌어온 6070 컬렉터층에 이어 3040 젊은 세대가 투자처 모색의 일환으로 미술 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도 시장의 활력을 더하고 있다.

이에 케이옥션은 천경자·박수근·장욱진·도상봉 등 근대 거장을 비롯해 김창열·정상화·박서보·이우환·하종현·김종학·이건용 등 블루칩 작가의 작품을 고루 선보인다. 해외작가도 요시토모 나라·베르나르 뷔페·야요이 쿠사마·데이비드 호크니·줄리안 오피 등 인기작과 국내 경매에서는 자주 만날 수 없던 조나스 우드·미스터 두들 등의 작품을 내놓았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인기작가 조나스 우드의 석판화 ‘스피커 정물’이 추정가 2,500만~4,000만원에 경매에 나왔다. /사진제공=케이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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