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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판사 김진욱의 뇌물사건 '법정구속' 판결, 공수처 첫 단추됐다

金 공수처장 후보자, '복지부장관 뇌물' 사건

전 재판부서 보석된 피고인 다시 법정구속시켜

당시 사건, 공수처 필요성 주요 근거로 강조돼

“묘하고 의미심장”...24년뒤 초대 처장 되는 金

김진욱 공수처장 후보자가 지난 13일 청문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에 도착해 취재진과 인터뷰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가 판사 시절에 ‘법정구속’ 처분을 했던 뇌물 사건이 법조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공수처의 모태가 된 참여연대의 부패방지기본법 제정 운동에 촉매가 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최근 지인들에게 “판사를 하면서 지켰던 공정성의 원칙대로 공수처를 이끌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1997년 서울지법 형사항소2부 배석 판사 시절 ‘안경사협회장의 보건복지부 장관 뇌물 사건’의 주심을 맡았다. 김태옥 대한안경사협회장이 이성호 보건복지부 장관의 부인에게 1억7,000만원 상당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었다. 이 회장은 이 장관에게 안경사 자격증 보유자만 안경테를 판매하는 법을 만들어달라고 청탁하기 위해 돈을 주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 장관은 자리에서 물러났고 이 장관 부인은 구속되었다. 이후 이 장관 부인과 김 회장은 1심에서 각각 제3자 뇌물죄와 뇌물 공여죄로 징역 1년6개월~2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두 피고인은 항소했고 사건은 형사항소2부로 배당됐다. 그런데 항소심이 시작되자 김 후보자의 전임 재판부가 안경사협회장을 보석으로 풀어줬다.

법원 인사 후 새롭게 주심을 맡은 김 후보자는 기록을 검토한 결과 “혐의가 중대하고 뇌물 금액도 큰데 보석이 말이 안 된다”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재판을 진행한 김 후보자의 선고는 항소 기각, 보석 취소, 법정 구속이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번 사건은 국민들에게 커다란 충격과 함께 공무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오욕을 남겼다”며 “사회에 큰 해악을 미치고 공무원의 청렴상을 크게 훼손하는 공무원 관련 뇌물수수 행각은 엄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당시 김 후보자와 같이 근무했던 법조계 인사는 “전임 재판부의 보석 결정을 뒤집는다는 것은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김 후보자는 개의치 않았다”고 말했다. 이같은 판결을 내렸던 배경을 잘 아는 또 다른 관계자는 “당시 재판부에 여러 경로로 선처를 부탁하는 압력이 들어온 사건이었지만 김 후보자가 원칙대로 처리했던 기억이 난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3년 차 젊은 판사였다.

96년 참여연대, 공수처 요구하며 복지부장관 사건 강조
이 사건은 당시 참여연대의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 전담기구 설치 운동에 탄력이 되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1996년 초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설치를 내용으로 하는 부패방지법 제정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가운데 터진 이 장관의 뇌물 사건은 참여연대의 부패방지법에 대한 주목도를 높였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1996년 12월 법조계 인사 등 100여명의 이름으로 시국성명을 내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연루된 안경사협회 뇌물수수 의혹 등은 우리 사회의 부패비리 구조를 드러낸 것”이라면서 “부패방지 기본법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즉 김 후보자는 공수처 설치 논의의 촉매가 된 사건을 처리하였고, 24년 뒤에는 초대 공수처장 후보로 지명된 것이다. 한 관계자는 “우연이라고 하긴 참 묘하고도 의미심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을 처리한 직후 김 후보자는 3년의 짧은 판사 생활을 마치고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김 후보자를 기억하는 법조인은 “김 후보자가 항소심 재판부에서 많게는 수백 건의 사건들을 처리했는데, 주로 ‘잡범’들에 대한 판결을 맡았던 그가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길 원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2010년까지 김앤장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헌법재판소 연구관이 됐다.

"정권 꼭두각시 되는 것 아니냐"...주변 우려에 "걱정말라"
법조계에서는 김 후보자가 김앤장 중견급 변호사에서 월급이 비교적 적은 헌재로 옮긴 행보를 두고 ‘일반적이지 않다’고 평가한다. 김 후보자는 당시 지인들에게 “대기업에 좋은 일만 하고 사는 게 더 이상 의미가 안 느껴진다”며 “공직에 다시 가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후보자에 대해 ‘유별나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김 후보자가 2012년 헌재소장 비서실장으로 있으면서 영어 동시통역도 맡았다”며 “김 후보자는 당시 공부를 해서 동시통역 자격증을 땄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본인이 필요하거나 맞는 일이라 생각하면 무조건 하는 성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말 김 후보자가 공수처장 최종 후보로 지명되자 주변의 여러 사람들이 “야당 말대로 정권의 꼭두각시가 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을 건넸다고 한다. 김 후보자는 이들에게 “판사 때 한 것처럼 공정성을 생각하고 일할 테니 걱정 말라”고 답했다고 한다.

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오는 19일 열린다. 국민의힘에선 김 후보자가 2015년 육아휴직계를 내고 미국대학에서 방문연구원을 지내며 이후 연수보고서에 제출날짜를 허위로 적어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후보자는 이에 대해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 청문회 때 소상히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또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주식 투자를 하며 미공개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김 후보자는 이에 대해서도 “상법 등을 어기거나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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