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근로형태종사자(특고) 고용보험 의무 적용과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청와대에 “시행령(하위법령) 입법 예고를 2월 말에 하겠다”고 보고했다. 앞서 정부는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줄곧 밝혀왔지만 6주 안으로 협의를 마치겠다는 입장을 정한 것이어서 재계와의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부로부터 제출받은 ‘특고 고용보험 하위법령 추진계획’에 따르면 고용부는 이달 초 청와대에 “7월 1일 시행을 차질 없이 준비하기 위해서는 하위법령 규정 사항에 대한 신속한 확정이 필요하다”며 시행령을 오는 2월 말 입법 예고하겠다고 보고했다.
고용부는 ‘신속한 확정’에 대해 고용보험위원회의 의결을 특정했다. 고용보험위원회는 양대 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 등이 참여하는 노사정 합의 기구다. 고용보험법에 따르면 고용보험료율 결정 등 고용보험과 관련한 전반 사항은 고용보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결국 고용부는 청와대에 “특고 고용보험과 관련한 노사 협의를 2월 말까지 끝내겠다”고 보고한 것이다. 하지만 노사정 협의는 14일 실무 협의인 고용보험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로 시작됐다. 노사 협의를 할 수 있는 기간은 아무리 넉넉히 잡아도 6주에 해당한다.
6주 안에 의결해야 할 사항은 청와대 보고 안건에서만 14가지에 달했다. 특고를 고용보험에 편입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용보험료의 노사 분담 비율과 고용보험 적용 직종은 노사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부분이다.
재계는 특고가 업무의 양을 자율적으로 설정할 수 있고 직접 지배·감독을 받지 않는다며 고용보험료를 일반 근로자(노사 50%씩 분담)와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건전성이 우려되는 상황인 만큼 일부 특고 직종에 시범 적용한 후 재정 추계를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 역시 고용보험기금에 대한 일반회계(중앙정부 재정) 전입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재정 건전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스템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고용부는 노무 제공자가 다수 사업에 동시 종사하는 경우 고용보험 자격의 이중 취득을 허용할 방침이다. 낮에 근로계약을 맺은 근로자가 밤에 대리운전 기사로 일하는 경우 모두 고용보험 가입 대상으로 편입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보험료율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 등 구체적 기준은 시행령에서 정해야 한다. 또 특고는 일반 근로자와 달리 소득이 감소해도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는데 감소 비율 기준을 몇 %로 정할 것인지와 비교 시기는 언제로 정할 것인지 모두 노사 협의 대상이다.
이 때문에 노사정 안팎에서는 ‘이미 답은 정해져 있고 노사는 대답만 하면 된다’는 일방통행식의 협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하다. 고용부는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과 특고 고용보험 관련 연구를 진행하면서 대략적인 기준을 정한 바 있다. 고용보험료는 일반 근로자와 같이 절반씩 부담하고 실업급여를 받기 위한 소득 감소 요건을 연 소득 5,000만 원 이하는 20% 이상, 5,000만~7,000만 원은 50% 이상 줄어든 경우로 설정했다.
만약 특고 고용보험 당연 가입이 고용부의 설계대로 진행된다면 현장의 의견을 듣겠다는 정부의 약속도 허울만 좋은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다분하다. 고용부는 지난해 “보험료율 및 분담 비율은 고용보험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할 사항이며 노사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겠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경총 관계자는 “특고 고용보험이 7월 시행되는 만큼 회의해서 빠르면 2월 중에는 충분한 검토 없이 고용보험위원회 의결을 시도할 것으로 본다”며 “2018년에도 노사가 논의는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은 올해는 전혀 다른 틀에서 논의가 돼야 하는데 참 답답하다”고 말했다.
/세종=변재현 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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