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부터 질주하며 지난 25일 마침내 3,200선까지 돌파했던 코스피가 나흘 만인 29일 3,000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중국발 긴축 우려와 미국의 게임스톱 쇼크 등에서 비롯한 외국인 투자가들의 증시 이탈이 최근 하락세의 주된 원인으로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단기 급등에 따른 당연한 조정이기에 크게 위축될 필요가 없다는 데 의견을 모으면서도 최근 증시 변동성이 심해지고 있는 만큼 무리한 투자보다는 위험 관리에 집중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92.84포인트(3.03%) 내린 2,976.21로 마감됐다. 25일 3,2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는 이후 나흘 연속 하락하며 3,000선까지 내줬다. 코스피가 3,000선 아래로 내려온 것은 이달 7일 이후 16거래일 만이다.
이날 증시 하락세는 외국인 투자가들이 주도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가들은 1조 4,391억 원을, 기관은 2,549억 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1조 7,076억 원을 순매수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외국인의 코스피 이탈이 국내 증시의 내부적 요인보다는 미국·중국 등에서 비롯한 글로벌 이슈에서 비롯했다고 보고 있다. 우선 거론되는 것이 중국발 긴축 우려다. 앞서 중국 인민은행은 26일부터 만기 도래한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의 일부만을 매입하며 시장 유동성 축소를 예고했다. 중국 금융 당국의 갑작스러운 유동성 축소 신호에 시장은 빠르게 반응했고 시중금리도 훌쩍 뛰었다. 이날 중국 상하이은행 간 금리(Shibor)의 하루물(O/N)은 전 거래일 대비 25.80bp 오른 3.2820%를 기록해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의 시중 유동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국내 증시에도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며 “특히 요즘은 중국의 계절적으로 현금 수요가 많은 상황이라 유동성 위축 우려가 크기에 상하이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 전반이 약세를 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명 ‘게임스톱 쇼크’로 불리는 이상 과열 현상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게임스톱 쇼크는 ‘미국판 동학 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투자자들의 움직임에 반발, 비디오 게임 소매점 ‘게임스톱’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수한 끝에 주가를 이상 급등시킨 사태를 의미한다. 개인 투자자들의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주식 매수에 게임스톱의 주가는 이달 초 18.8달러에서 27일(현지 시간) 347.51달러까지 1,748% 급등하기도 했다. 게임스톱을 공매도했던 헤지펀드들이 큰 손실을 본 채 항복을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비정상적인 투자 형태와 그에 따른 극심한 변동성이 글로벌 큰손들의 증시 철수를 불러일으켰다고 보고 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이후 국내 증시에 급격하게 유입되던 외국계 헤지펀드 자금들이 올 들어 한국뿐 아니라 대부분 시장에서 매물을 내놓고 있다”며 “이들은 최근 글로벌 증시 전반에 급격히 증가한 변동성에 대응해 빠르게 주식 비중을 줄이고 있는데, 이런 움직임이 시장 변동성을 더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증시 역시 변동성이 심해지고 있어 불안 요소로 거론된다. 최근 코스피는 올 들어 증시에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이 대폭 늘어난 상황에서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대형주로의 투자 쏠림 현상까지 더해지자 작은 호·악재에도 지수가 널뛰기를 하는 일들이 잦아지는 중이다. 실제 이날 ‘코스피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전일 대비 8.16% 상승한 35.94로 마감했다.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던 이달 11일의 기록(35.65)을 재차 넘어선 것이다. VKOSPI는 코스피200 옵션 가격에 반영된 향후 시장의 기대 변동성을 측정하는 지수다. 즉, 지수가 오른다는 건 증시의 움직임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20포인트 선에 머물던 변동성지수는 올 들어 코스피의 가파른 상승세와 더불어 줄곧 30선을 넘나들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불안 속에서도 대다수 전문가들은 코스피 기업들의 실적 개선세가 변치 않는 한 이런 악재에 따른 조정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다만 최근 변동성이 심해지는 장세에서 속도 조절은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나빠졌던 경기는 언젠가 회복할 것이고 우리 기업들의 펀더멘털 역시 좋아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다”며 “외부에서 들려오는 긴축 우려 등의 악재도 아직 겁먹을 단계는 아니지만 최근 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한 상황에서 조정의 빌미를 제공할 수는 있으니 어느 정도의 변동성은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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