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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미술이란 게 과연 있었는가?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연구기획전

외국연구자의 한국미술 연구

관련자료 100여점 4월24일까지

안드레아스 에카르트가 1929년 독일어와 영어로 출간한 '조선 미술사' 등의 자료가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 전시중이다. /조상인기자




“동아시아 미술에 흥미를 갖게 된 것은 빈 박람회에 있었던 일본 공예품 전시를 통해서였는데, 당시에는 ‘조선미술은 존재하는가’라고 질문을 던질 정도로 조선미술에 입문할 수 있는 책이 적었다. 현존하는 자료를 수집·정리해 조선미술에 관한 통사를 저술하는 것은 아직까지 아시아 언어나 유럽언어로 결코 시도된 적이 없다. 이를 달성하는 것이 ‘조선미술사’의 목적이며 온 세계에 조선미술의 의미를 밝히고 알리는 놀라운 일이 될 것이다.”

한국을 ‘제2의 조국’이라 부르며 ‘옥낙안’이라는 한국 이름도 사용했던 독일 베네딕도회 신부이자 한국학자 안드레아스 에카르트(1884~1974)는 외국어로 된 최초의 한국미술사 통사(通史)인 ‘한국미술사’를 집필하며 서문에 이같이 썼다. 책은 1929년 독일과 영국에서 각각 출간됐다. 그는 노자 ‘도덕경’을 독어로 번역할 만큼 동양 사상에 정통했고 한국 음악과 전래민담집에 대한 책도 썼다. 그보다 앞서 1922년 일본인 미술평론가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가 쓴 ‘조선의 미술’은 29쪽짜리 소책자로, 저자가 파악한 조선 미술에 대한 주요 개념이 수록돼 성격이 다르다. 무네요시는 한국미술에 연구에 기여한 측면이 있으나 “조선 사람들은 핍박과 억압받는 운명 때문에 끊임없이 쓸쓸함과 그리움에서 위안의 세계를 찾았다”면서 “조선의 미는 비애미(悲哀美)”라고 주장해 지금도 논란인 인물이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 한창인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외국 연구자의 한국미술 연구' 전시 전경. /조상인기자


외국인 연구자들의 눈에 비친 한국미술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우리들의 성찰이 아닌 이방인의 관찰로 접근한 한국적 예술은 어떤 특징이 부각됐을까? 서울 종로구 홍지동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이 연구기획전으로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외국 연구자의 한국미술 연구’전을 열고 있다. 전시에 맞춰 같은 제목의 단행본도 출간됐다.

전시장에는 에카르트와 무네요시의 글을 비롯해 한국미술을 다룬 외국 연구자들의 단행본과 번역본, 전시 팸플릿과 잡지기사, 사진 등 아카이브 100여 점이 나왔다.



에카르트는 20세기초 미술사적 연구경향이던 양식론의 입장에서 접근했고, 조선미술의 특질을 ‘간결성’으로 결론 내렸다. 같은 해인 1929년 출간된 독일인 오토 큄멜의 ‘중국,일본,한국의 미술’은 일제의 식민사관이 반영된 일본학자의 글을 상당 부분 인용했기에 왜곡된 측면이 없지 않다. 큄멜은 1939년 베를린에서 열린 일본미술전람회 때 아돌프 히틀러와 헤르만 괴링에게 전시를 안내하기도 했던 미술사학자다.

해방 후 해외에서 열린 최초의 ‘한국 현대미술전’은 1958년 뉴욕 월드하우스갤러리에서 열렸다. 이 전시를 준비한 이는 엘렌 프세티 코넌트 당시 미국 조지아대 동양미술사 교수였다. 때마침 ‘한국국보전’이 워싱턴 국립미술관을 시작으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등 8개 도시 순회전으로 개최하는 것에 맞춰 기획됐고 고희동·남관·김흥수·김환기 등의 작품이 선보였다.

과거의 자료 뿐만 아니라 지금도 활동 중인 제인 포탈 영국미술관 아시아부 큐레이터, 샬롯 홀릭 런던대학 SOAS교수 등 한국미술 연구자들의 책과 글도 만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홍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권영필 전 한예종 교수 등의 인터뷰 영상이 전시 나침반으로 제공됐다. 전시는 4월24일까지. /글·사진=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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