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제품의 국내 공급량을 살펴볼 수 있는 제조업 국내 공급 지수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 국내 내수 시장이 그만큼 위축됐다는 의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의복과 같은 소비재는 물론 여타 상품의 부품으로 사용되는 중간재 공급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통계청이 8일 발표한 ‘2020년 연간 제조업 국내 공급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 국내 공급 지수는 전년보다 0.9% 감소한 103.6(2015년=100)을 기록했다. 제조업 국내 공급 지수는 국내에서 생산하거나 외국에서 들여와 국내에 공급한 제조업 제품의 수량을 나타내는 지표다.
해당 지표는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10년부터 7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지만 2018년(-0.7%) 처음으로 줄어든 뒤 2019년(-0.8%)과 2020년(-0.9%) 연달아 감소했다. 내수 경기가 3년 연속 악화됐다는 뜻이다. 국산 제품 공급은 2.3% 감소한 반면 수입 제품은 2.6% 증가했다.
재화 종류별로 살펴보면 중간재 감소세의 영향이 지수 하락으로 이어진 반면 그나마 반도체 부문 공급 확대로 어느 정도 지수를 방어했다.
이번 지표에서 광공업과 여타 산업의 원재료 등으로 쓰이는 중간재는 3.4% 줄었다. 2018년(-0.2%)과 2019년(-0.7%)에 이어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개인이나 가계가 구입해 사용하는 소비재 공급 또한 0.3% 줄었다. 소비재 공급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반면 각 산업에서 생산 관련 활동에 1년 이상 사용되는 기계 장비를 뜻하는 자본재 공급은 7.5%가 늘었다. 2018년(-6.0%)과 2019년(-3.9%) 내리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기저 효과와 반도체 투자 증가 등에 힘입어 3년 만에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소비재와 자본재를 합친 최종재 공급은 2.8%가 늘었다. 최종재는 2018년(-1.2%)과 2019년(-0.8%)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후 3년 만에 반등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화장품과 같은 의복 공급이 많이 감소했으며 수출이 부진하고 전반적으로 제조업 생산이 감소하면서 중간재도 감소했다”며 “다만 자본재의 경우 반도체 업종의 시설 투자가 이뤄지면서 늘었다”고 밝혔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기계 장비는 7.0% 증가했지만 1차금속(-8.0%)과 금속가공(-4.9%)은 각각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이 포함된 기계 장비는 2018년(-6.4%)과 2019년(-10.3%) 등 2년 연속 감소했지만 지난해 주요 반도체 업체의 투자 증가로 플러스로 전환했다.
지난해 4분기 수치만 놓고보면 올해 지수 반등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4분기 제조업 공급 지수는 코로나19 여파로 국산이 3.7% 감소하고 수입이 6.5% 증가해 총 1.1% 줄었다. 소비재와 자본재를 합친 최종재는 3.7% 감소한 반면 중간재는 0.9% 늘었다.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2분기(-4.5%)와 3분기(-0.2%)에 이어 3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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