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성인잡지 ‘허슬러’ 발행인이자 성인물 업계의 논쟁적 인물로 평가받는 래리 플린트가 사망했다. 향년 78세.
워싱턴포스트(WP) 등은 10일(현지시간) 플린트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WP는 동생 지미 플린트가 형의 사망 소식을 확인했다면서 구체적인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플린트는 미국 사회에서 '외설이냐, 표현의 자유냐'라는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 문제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노골적인 내용의 성인물을 발행해 외설죄로 여러 차례 법정에 섰다. 하지만 그는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미국 수정헌법 1조의 수호자라고 스스로 주장하며 법정 투쟁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런 그의 이야기는 영화 '래리 플린트'(1996)로 개봉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켄터키주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플린트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GM 공장에서 일하던 중 1968년 동생과 함께 오하이오주에서 '허슬러 클럽'을 열면서 성인물 업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성인 클럽을 홍보하기 위해 소식지를 발간했고, 이후 이 소식지를 성인 잡지 '허슬러'로 탈바꿈시켰다.
허슬러는 경쟁지인 '플레이보이'를 무색게 할 정도의 외설물을 게재했다. 로이터통신은 "허슬러에는 제한이 없었고, 노골적인 사진으로 악명이 높았다"고 전했다.
플린트는 발행 부수 300만 부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구가했던 허슬러를 발판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성인물 왕국의 제왕으로 군림했다. 그는 "내 경쟁자들은 항상 외설을 예술로 가장했다"며 "우리는 어떤 가식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공격적인 성인물 사업은 보수 진영과 복음주의 기독교 단체의 큰 반발을 초래했다.
1975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가 나체로 일광욕을 즐기는 사진을 몰래 찍어 허슬러에 실었고, 표지 사진에 대중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충격적인 외설 사진을 게재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결국 플린트는 1978년 허슬러 게재 내용에 불만을 품은 백인우월주의자의 총에 맞아 반신불수가 됐고, 이후 평생 금도금을 한 1만7천달러짜리 휠체어를 타고 다녔다.
플린트는 한때 자유주의자임을 주장한 민주당원이었고, 수정헌법 1조의 옹호자이기도 했다. 페미니스트들은 그를 "폭력적이고 가학적인 포르노 제작자"라고 맹비난했지만, 수정헌법 지지자들은 그를 성 혁명을 일으킨 불세출의 위인으로 묘사했다. 특히 그는 1988년 '허슬러 대 폴웰' 소송사건에서 승소하면서 미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그는 자신을 비판한 복음주의 목사 제리 폴웰을 겨냥해 노골적이고 성적인 패러디물을 게재했고, 폴웰은 그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플린트는 이 재판에서 수정헌법 제1조를 무기로 허슬러 게재 내용은 공인을 비판할 수 있는 언론의 자유이자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했고, 연방대법원은 결국 그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저명도를 발판으로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와 대통령 선거에도 도전하는 등 정치권 진출을 꿈꾸기도 했다. 플린트는 자신을 '걱정이 많은 외설물 행상'이라고 불렀고, 1996년 발간한 자서전 제목은 '꼴사나운 남자 : 외설물 제작자, 전문가, 추방자로서의 나의 삶'이었다.
/김경림 기자 forest0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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