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여가생활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 문화 등을 고려해 의료사고를 당한 근로자의 손해배상 수령액을 감액해 결정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여가는 커녕 고용 불안과 소득 저하 위기에 처한 근로자들의 정서와는 맞지 않아 논란이 일 전망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4부(이종광 부장판사)는 의료 과실로 장애를 앓게 된 A씨가 의사와 병원 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으나 배상액은 1심 때보다 낮춰 결정했다. 1심에선 7,850여만 원으로 인정된 배상 총액이 항소심에서 7,190여만 원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배상액 중에서도 ‘일실수입’ 산정기준을 항소심이 하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일실 수입은 사고를 당해 피해자가 입게 된 장래의 소득을 의미한다. 일실 수입 산정 기준이 되는 월간 근로일을 1심 재판부는 관례에 맞춰 평균 22일로 잡았다. 반면 항소심은 평균 18일로 낮춰 잡았다.
그 이유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오늘날 경제가 선진화하고 레저 산업이 발달해 근로자들도 종전처럼 일과 수입에만 매여 있지 않고 생활의 자유를 즐기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또 “도시 일용근로자에 대한 고용 형태·직종·산업별 월 가동 일수는 22일보다 감소하고 있다”며 “이를 반영해 2009∼2019년 단순 노무종사자 비정규 근로자와 건설업 근로자의 가동 일수 평균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해당 판결이 향후 상고 절차를 거치지 않고 확정되면 추후 유사한 다른 근로자 사고 배상에도 영향을 미치게 돼 적지 않은 파장이 일 전망이다.
앞서 A씨는 왼쪽 관절염을 치료받던 중 의료 과실로 신경을 다쳐 발목을 들지 못하는 족하수를 앓게 돼 의사와 병원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희조 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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