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유통업계에서 주목받던 ‘슬세권’(슬리퍼+세권)이 부동산 업계에까지 번지고 있다. 집 근처에서 모든 인프라를 이용하려는 수요자들 심리가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실거주 요건 강화를 위한 규제를 연달아 내놓으면서 ‘슬세권’을 찾는 수요자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최근 분양한 단지들 중 슬세권에 부합하는 단지는 좋은 청약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10월 청약접수를 받은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자이 더 스타’(2023년12월 입주 예정)는 421모집가구 수(특별공급 제외)에 8만5593명이 접수해 평균 203.3대 1의 세 자릿 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경춘선 별내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 입지이며, 이마트(별내점)이 단지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또한 별내자이 더 스타 대규모 판매시설 조성 시 단지 안에서 다양한 상업, 문화 및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슬세권 단지라는 점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지난해 7월 서울시 성북구 길음동 일대에 공급된 ‘길음역 롯데캐슬 트윈골드’(2024년 4월 입주 예정)도 123모집가구 수(특별공급 제외)에 1만4706명이 몰려 119.5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수도권지하철4호선 길음역 초역세권 단지로 길음역과 지하통로로 직접 연결될 예정이다. 또한 현대백화점(미아점)을 비롯한 편의시설과 금융기관, 공공기관이 인접해 있으며, 개운초, 개운산공원 등도 가까이 있는 슬세권 단지다.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만큼 가격 상승세도 높다. KB부동산자료에 따르면, 경기도 용인시 죽전동에 위치한 ‘현암마을동성2차’(1999년5월 입주) 전용 84㎡ 평균매매가는 지난 1년간(2020년2월~2021년2월) 1억4500만원(5억4000만원→6억8500만원)이 상승했다. 입주년도가 오래된 단지이지만 도보 10분대로 수인분당선 죽전역과 신세계백화점(죽전점), 이마트(죽전점)를 비롯해 용인아르피아종합운동장, 죽전2동 주민센터 등 편의시설을 누릴 수 있는 슬세권 입지로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충청남도 아산시에 위치한 ‘요진와이시티’(2011년6월 입주) 전용 84㎡는 동일기간 4억8000만원에서 6억3000만원으로 1억5000만원이 상승했다. 이 단지는 KTX 이용이 가능한 경부고속선 ‘천안아산역’이 단지 바로 앞에 위치해 있고, 이마트트레이더스(천안아산점)가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또한 도보 15분거리에 갤러리아백화점 센터시티, 이마트(펜타포트점), 불당동 카페거리 등 상업시설이 밀집해 있다.
업계에서는 슬세권 아파트 인기는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가 실거주 의무거주기간을 지정한데다, 다주택자 세금 부과로 똘똘한 한채를 선호하는 수요자들이 늘면서 단지 주변 인프라를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서다.
업계 전문가는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부동산시장 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입지 여건이 뛰어난 아파트로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며 “이와 맞물려 맞벌이 가구 증가나 집 근처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홈어라운드 소비 등 사회적 현상까지 뒷받침되면서 주거 편의성이 높은 원스톱 아파트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분양을 앞두고 있는 슬세권 아파트가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HDC현대산업개발, 현대건설, 포스코건설이 오는 3월 인천시 미추홀구 학익동 시티오씨엘 업무 1블록에서 분양하는 주거복합단지 ‘시티오씨엘 3단지’가 있다.
이 단지는 지하 4층~지상 46층 8개동(오피스텔동 2개 포함) 아파트 전용 75~136㎡ 977가구, 오피스텔 전용 27~84㎡ 902실 등 총 1,879가구 규모로 이뤄진다. 단지 내 대규모 상업시설과 영화관이 조성될 예정으로 걸어서 다양한 상업 및 문화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수인분당선 학익역(에정)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삼성물산은 2월 부산 동래구 온천4구역에서 ‘래미안 포레스티지’를 분양한다. 이 단지는 지하 6층 지상 최고 35층, 전용면적 39~147㎡ 총 4043가구로 조성되며, 이 중 2331가구를 일반에 분양한다. 이 단지는 1호선 온천장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데다 부산 주요 상권인 온천장 상권과 부산대 앞 상권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GS건설은 3월 대구 북구 칠성동2가에서 아파트 425가구와 오피스텔 81가구로 구성된 ‘대구역 자이 더 스타’를 분양할 예정이다. 이 단지는 대구지하철 1호선 대구역과 경부선 대구역이 인접해 있으며, 대구지하철 1호선 칠성시작역도 가까이 있다. 또한 롯데백화점 상업시설과 경북대학교 병원 등 의료시설도 인접해 있어 슬세권 단지를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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