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 양이 입양 초부터 지속적인 폭행과 학대를 당해왔다는 증언이 나왔다.
정인 양이 다녔던 어린이집 원장인 A 씨는 1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 심리로 열린 양모 장 모 씨와 양부 안 모 씨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정인이가 어린이집에 온 2020년 3월부터 신체 곳곳에서 상처가 발견됐다”고 진술했다. 그는 “입학할 당시만 해도 정인이는 쾌활하고 밝은 아이였다”며 “건강 문제도 없이 연령대에 맞게 잘 성장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입학 이후 정인이의 이마·귀·목·팔 등에서 멍이나 긁힌 상처 등이 계속 발견됐다”며 “허벅지와 배에 크게 멍이 들었던 적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A 씨가 상처의 원인을 물으면 장 씨는 대부분 잘 모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고 했다. 허벅지에 난 멍에 대해서는 ‘베이비 마사지를 하다 멍이 들었다’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A 씨와 어린이집 교사들은 지난해 5월 처음으로 아동보호 전문 기관에 아동 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이후 지난해 7월 중순부터 약 두 달간 어린이집에 오지 않다가 9월 23일 다시 등원한 정인 양의 상태는 눈에 띄게 악화됐다. A 씨는 “너무나 야위어서 다른 아이가 온 줄 알았다”며 “아이를 안아줄 때 무게감이 느끼지 않았다. 제대로 설 수 없을 정도로 다리도 바들바들 떨렸다”고 진술했다. 이어 “아이의 건강이 염려돼 병원에 데려갔고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 학대 신고를 했다”며 “하지만 정인이는 가정에서 분리 조치 되지 않았고 오히려 양부모로부터 말도 없이 병원에 데려갔다는 항의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사망 전날인 지난해 10월 12일 어린이집을 찾은 정인 양의 상태는 더욱 심각했다. 어린이집 CCTV에 담긴 정인 양은 교사의 품에 안겨 축 늘어져 있었다. A 씨는 “그날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모습이었다”며 “좋아하는 과자를 줘도 입에 넣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아이의 몸은 말라 있는데 배만 볼록 나와 있었다”며 “이유식을 줘도 먹지 못하고 전부 뱉어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그날 직접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것이 지금도 가장 후회가 된다. 그날 밤이 마지막이 됐다는 게 마음 아프다”고 흐느꼈다.
이날 재판이 열린 서울남부지법 청사 앞에서는 양부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 김동현 기자 dani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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