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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고민 없는 인구정책으로 돈만 써…고용허가제·임금체계 개편 서둘러야 ”

'인구학 전문가' 최슬기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지난해 합계출산율 0.8 중반대, 첫 ‘인구 데드크로스’ 발생

인구 감소 속도 너무 빨라…저출산 대책 두루뭉술 목표만

현금 지원 등 과거 방식 답습 벗어나 원인 정확히 파악해야

고용허가제 손질로 노동력 확보하고 ‘단일민족’ 인식 바꿔야

최슬기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17일 서울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인구 절벽에 대한 정부의 위기의식이 과연 있는지 의문"이라며 "두루뭉술한 목표만 정한 채 구체적인 정책 방향 없이 현금 지원 등 과거 방식만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아진 ‘인구 데드크로스’가 발생한 것이다. 지난해 출생 등록이 한 건도 없는 ‘신생아 제로(0)’인 읍·면·동도 43곳에 달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40년 후인 오는 2060년에는 국내 인구가 2,500만 명 이하로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인구학 전문가인 최슬기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를 17일 만나 저출산 정책 효과가 왜 없는지, 인구 절벽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들어봤다. 최 교수는 “인구 절벽에 대한 정부의 위기의식이 과연 있는지 의문”이라며 “두루뭉술한 목표만 정한 채 구체적인 정책 방향 없이 현금 지원 등 과거 방식만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백화점식으로 고민 없이 정책을 설계하면 돈은 돈대로 쓰고 실질적인 효과는 별로 없게 된다”며 “외국인근로자고용허가제 손질, 임금체계 및 국민연금 개편 등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인구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체하기 위해 가져야 할 자녀 수) 이하로 처음 떨어진 것이 지난 1983년으로 약 40년 전이다. 합계출산율 1.3 이하인 초저출산 단계로 접어든 것도 2002년으로 20년 가까이 됐다. 그렇다면 왜 이제야 인구 감소가 발생했는지 의문이 들 것이다. 단순히 말하면 사망자보다 출생아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고령 인구 비중이 크지 않았던 시절에는 사망자 수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고령 인구 비중이 늘어가면서 사망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이다. 출생아 수 측면도 있다. 출생아 수는 출산율과 가임기 여성 인구에 의해 결정된다. 출산율이 낮더라도 가임기 여성 인구 비중이 크면 출생아 수가 상당 규모에 이를 수 있다.

-우리나라 인구 감소 속도가 너무 빠른 것 아닌가.

△2016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출생아 수 급감은 가임기 여성 인구가 줄어든 탓으로 해석하기에는 감소세가 너무 가파르다. 출산율 하락도 심각하다. 하지만 실제 체감하기는 어렵다. 지금 상황이 좋은 편이기 때문이다. 현재 고령 인구와 유소년 인구는 비중이 작고 경제활동인구의 비중이 크다. 부양비 측면에서 최적의 상태다. 총인구 변화 속도 또한 느리다. 롤러코스터에서 정점에 다다르기 위해 천천히 움직이는 것과 같다. 완만하게 바뀌고 있어서 변화를 체감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하지만 하락이 시작되면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50년 이후에는 연 1%가 넘는 속도로 인구가 줄어든다. 더 늦기 전에 앞으로 나타날 인구 변화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진정되면 출산율이 반등할 것이라고 기대하는데.

△먼저 현 상황을 볼 필요가 있다. 2016년도 이후 합계출산율이 해마다 떨어져 2019년도에는 0.92, 2020년도에는 이보다 더 낮은 0.8 중반대가 예상된다. 그런데 지난해 출산율은 코로나19와는 상관이 없다. 코로나19는 지난해 2월에 시작했다. 임신에 걸리는 시간과 임신 기간을 고려하면 코로나19로 인한 출산율 하락은 올해부터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출산율 저하가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인가.

△코로나19가 진정된다고 하더라도 시차를 고려하면 2022년까지는 코로나19로 인한 출산율 하락이 예상된다. 2023년 이후에는 몇 가지 길이 있을 수 있다. 출산율의 장기 침체, 소폭 반등, 대폭 반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코로나19가 출산율에 준 부정적 영향이 장기적으로 남는 경우다. 이는 경제에 주는 후유증이 크다. 특히 청년 실업으로 젊은이들이 경력 개발을 제대로 못할 경우 이들 세대가 갖는 후유증은 생각보다 오래갈 수 있다. 경제적 요인 외에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힘든 데 따른 영향도 있다.

-다른 시나리오는 어떤가.

△코로나19의 영향력이 일시적 현상으로 그치는 경우다. 이때는 반등을 생각할 수 있다. 반등은 이전 시기 대비 일부에 불과할 수도, 이전 시기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 다만 반등이 이뤄지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먼저 코로나19의 악영향이 일시적인 것이어야 한다. 경제위기가 심화되지 않고 특히 청년층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위기는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를 함께 극복해낼 수 있다면 상호 유대감을 축적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비대면 재택근무 확산이라는 새로운 근무 형태의 등장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일·가정 양립을 위해 그동안 유연한 근무 조건 확충에 노력해왔는데 재택근무 확산은 이러한 방향에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그동안 정부가 저출산 극복을 위해 수백조 원을 쏟아부었는데 변한 게 별로 없다.

△예산 지원이 필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충분히, 제대로 지원하고 있는지 검증해봐야 한다. 2020년 중앙정부의 저출산 관련 예산이 40조 원에 이른다. 그중 주거 지원이 절반 가까이인 18조 원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 양육비 부담을 줄여주려면 직접 지원도 중요하지만 양육비 증가세를 둔화·반전시키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주거 지원에 수십조 원을 썼다고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원 정책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한다면.

△실업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결혼과 출산 같은 개개인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해준다는 차원에서 정부의 저출산 정책이 더 효과적으로 도입돼야 한다. 미시적 정책의 제도화는 잘돼 있다고 생각되지만 한 층 더 들어가 보면 문제가 많다. 정책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백화점식으로 고민 없이 정책을 설계하면 돈은 돈대로 쓰고 실질적인 효과는 별로 없게 된다. 상당수가 저출산 정책으로서 효과를 생각하고 만든 것인지 의문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주는 출산보조금은 해당 지자체에서는 효과가 있을지언정 국가 단위에서는 ‘제로섬 게임’일 수 있다. 현 상황에 대한 정부의 위기의식이 과연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인구 위기에 대한 절박함과 함께 과거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어떤 정책 변화가 필요한가.

△그동안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는데도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정책에 대한 반성도 있어야 한다. 먼저 정책 효과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조사해보면 여전히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녀 수’는 2명에 가깝다. 하지만 이보다 적은 현재의 출산 수준은 여러 현실적 요건들을 감안해 젊은이들이 부득이하게 선택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자녀를 낳기 싫은 사람들을 설득해서 더 낳게 하자는 것이 아니다. 원하는 자녀 수만큼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를 정비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정부나 지자체는 두루뭉술한 목표만 정한 채 구체적 방향 없이 현금 지원 등 과거 방식만 답습해온 게 사실이다. 젊은 층이 아기를 낳지 못하는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저출산의 요인으로 교육·주택 등 복합적 변수들이 작용한다는 지적이 많다.

△복합적인 게 맞다. 아이를 낳기 전에 거치는 여러 과정들이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업을 구하고 집을 구하고 연애와 결혼을 하고 출산한다. 이 모든 과정들이 필수적이거나 순차적으로 이뤄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과정들 단계 단계마다 어려움이 있다. 출산을 계획하는 젊은이들은 많은 것을 고려한다. 당장의 현실뿐 아니라 미래의 여러 조건을 들여다본다. 자신의 커리어는 물론 배우자·아이의 미래도 고민한다. 그 결과로 출산 선택이 이뤄진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의 정책으로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다른 조건들이 변화하지 않는 상태에서 현금 지원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힘들다. 사람들이 선택을 달리할 만큼 임팩트 있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인구 절벽 대응 방안으로 외국인을 받아들여 노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독일과 일본에서 비슷한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우리도 앞으로 더 많은 외국인과 함께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숙고해야 한다. 현재 급하게 외국인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시간 여유가 조금 있다. 하지만 앞으로 10년 이내에 노동력 부족 현상이 닥칠 가능성이 높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반 만년 단일민족’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새로운 정체성을 설정하고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외국인에 대한 배타적이고 차별적인 시각을 불식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제도 개선 등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어떤 제도 개선이 필요한가.

△2004년 도입돼 10년을 훌쩍 넘긴 고용허가제를 시대 변화에 맞게 손질해야 할 때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 기간이 최대 5년으로 한정돼 있어 그때마다 체류 기간을 갱신해야 하는 현 제도는 국민들에게 외국인은 단기 거주자라는 인식만 심어주고 있다. 가족들을 데려와 장기 거주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고칠 필요가 있다. 조선족 사회에서도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중국 동포들을 데려오는 것도 한계가 있다. 위기 상황이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변화하는 인구에 맞춰 대학 구조 조정, 군복무제 개편, 어린이집·유치원 개편, 학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노동시장도 바뀌어야 한다. 호봉제를 바탕으로 한 경직된 임금체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연금제도 개편도 미루지만 말고 인구 감소 시대에 맞게 서둘러 추진해야 할 것이다.

/임석훈 논설위원 sh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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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사회학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2년부터 KDI국제정책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인구문제, 세대, 삶의 질에 대해 주로 연구하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분과 위원,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자문위원, 한국인구학회 편집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임석훈 논설위원 sh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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