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들이 가장 숙명처럼 생각하는 것이 ‘벤처캐피털(VC)’ 자금 조달인데, 사실은 VC 자금을 받지 않고 성장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VC 자금이 없어 망하는 회사라면 원래부터 회사의 존립 가능성이 없었던 것이라고 봅니다.”
유거상(사진) 아실 대표는 수많은 스타트업들의 생존 전략은 결국 내실에 있다고 강조했다. 많은 회사가 좋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투자를 받아 성장하는 전략을 세우는데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명확하게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투자 유치를 위해 트래픽만 잔뜩 모아놓았는데 정작 수익 구조를 붙일 수 없다고 하면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이 정상”이라며 “비즈니스 모델을 명확하게 설립해 투자자들이 ‘나 투자 좀 하게 해줘’라고 접근하는 구조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VC 자금만 들어오면 이만큼 커질 수 있어’라고 생각한다”며 “이는 잘못 생각한 것이다. 원래 잘하던 곳이어야 투자 등 더 좋은 조건이 갖춰졌을 때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패션스토어 무신사의 사례를 “성장한 뒤에 VC 투자를 받은 대표적인 회사”라고 소개하면서 “초기에는 거의 투자를 받지 않다가 크게 성장한 뒤에 투자를 받다 보니 밸류 자체가 굉장히 높아지지 않았냐”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유 대표는 회사의 성장을 고민할 시기가 됐지만 최대한 가벼운 덩치를 유지하면서 콘텐츠를 늘리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다. 그는 “돈을 쓰면서 광고를 하는 방법도 있지만 가장 좋은 마케팅은 결국 우리의 질 자체가 좋아져서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오게 하는 것”이라며 “정확한 데이터를 발굴해 제공함으로써 외부에 브랜드를 알리는 방식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최대한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 회사를 확장하는 것이 제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회사 규모가 커질수록 유연성은 약해진다고 판단했다. 새로운 시도에 투입되는 비용이 많아질수록 단가가 높아져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기업이 커질수록 의사 결정 자체가 느려진다. 큰 조직에서는 좋은 아이디어가 나와도 실패했을 때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프로젝트를 책임지려 하는 직원도 나오기 어렵다”며 “여기에 기존 인력이 아닌 새로운 인력을 충원한다면 고정비용도 늘어난다. 단가가 올라가면 판매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실은 최근 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건설사·시행사의 사업 판단을 돕기 위한 솔루션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데 다양한 회사들의 요구를 즉각 반영할 수 있는 것은 이 같은 조직의 유연성 덕분이라고 했다. 유 대표는 “빅데이터를 갖고 있는 프롭테크 업체들도 여럿 있지만 새로운 영역 확장을 위해 개발자를 영입하고 소비자 요구에 맞춰 개발해주겠다고 제안하는 식의 대응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장 손해가 나더라도 소비자의 요구 사항에 맞춰 하나의 ‘완성된 그림’을 만들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상대의 니즈에 맞춰야 경쟁력 있게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결국 중요한 것은 조직을 슬림하게 유지하고 창업자 스스로가 전문성을 고도로 갖추고 이를 사업 영역으로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프롭테크 기업이라고 한다면 나 스스로가 부동산을 많이 알고 있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경험을 시스템으로 녹이는 것은 다른 문제다. 내가 똑똑하다고 해서 쉽게 풀 수 있느냐는 또 별개의 문제인데 결국 문제의 해법은 창업자의 경험치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사진=성형주 기자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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