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세계적 광풍에 중국이 미소 짓고 있다. 세계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중국 비트코인 제조업체들의 몸값이 뛰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나스닥 시장에 상장돼 있는 세계 최대 비트코인 채굴기 제조업체인 중국의 카난(Canaan Creative·嘉楠科技)의 주가는 올해 들어 지난주까지 무려 318%나 올랐다. 또 다른 업체 이방(ebang international ·億邦通信)도 82%가 올랐다.
이러한 주가 상승은 최근 암호화폐 붐에 따른 비트코인 채굴기의 수요증가다. 일례로 카난은 캐나다의 채굴회사 하이브블록에게서 채굴기계 6,400대를 선주문 받았고 미국의 코어사이언티픽과는 6,000대를 계약했다. 카난은 북미 시장에서만 10만대를 선판매했는데 계약금액만 2억달러(약 2,200억원)에 이른다.
미국·캐나다와 중국이 불공정 무역 문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 조사까지 으르렁대고 있지만 비트코인 이해관계에서는 일치단결하는 셈이다.
또 다른 채굴기 제조업체 비트메인(Bitmain·比特大陸)도 자사 채굴기의 모든 모델이 팔렸으며 새 제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글로벌타임스는 전했다.
중국은 세계 비트코인 채굴기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암호화폐의 주요 제조 업체는 모두 중국 기업으로 이들 카난·이방·비트메인 3개사가 글로벌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며 채굴 시장도 중국이 70%를 차지한다.
아이러니한 점은 중국에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법적으로 채굴과 거래가 금지돼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무분별한 암호화폐 채굴에 따른 전기 사용량 급증과 환경오염을 이유로 지난 2017년 거래소를 폐쇄하고 채굴과 거래를 공식적으로 금지했다. 지난해 말에는 인민은행법을 고쳐 이런 내용을 법제화한 입법예고를 한 상태다. 대신에 중국은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법정 디지털 화폐 ‘디지털 위안화’의 공식출시를 앞두고 있다.
다만 중국도 자국의 블록체인 기술 개발을 이유로 채굴과 거래를 아예 봉쇄하지는 않고 있다. 중국인들도 해외의 거래사이트를 이용하면 비트코인 등을 사고 팔 수 있다. 일례로 중국 토종 전기차 업체인 웨이라이(니오)는 지난해 12월 자사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 비트코인으로 자사의 차를 구매할 수 있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물론 웨이라이는 다시 곧바로 이를 삭제하고 “고려가 충분하지 못했다”며 사과하긴 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가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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