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손경식·사진)가 25일 ‘1년 이상 징역’의 하한형을 규정한 중대재해처벌법의 법정형을 ‘7년 이하 징역’의 상한형으로 수정하고 중대 재해에 해당하는 사망자 범위를 1명에서 ‘1년 이내 2명’으로 바꾸는 보완 입법을 추진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또 사업주가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을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은 경우 처벌을 면할 수 있는 ‘면책 규정’을 신설해달라고 요청했다.
경총은 이 같은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기업 수요 조사 결과를 지난 24일 정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중대재해처벌법은 1년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초부터 시행된다. 다만 개인 사업자나 50인 미만인 사업장은 오는 2024년부터 적용된다.
조선·자동차·반도체·디스플레이·건설·석유화학 등 업종별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기업들은 모든 조문이 적용 대상과 범위가 모호하고 불명확해 법률의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처벌 대상인 경영책임자의 개념이 추상적이어서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 및 조직 체계가 다층화돼 있는 사업장의 경우 법 조문만으로는 누가 경영책임자에 해당하는지 특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안전 보건 전담 조직 재구성 및 확대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실제 기업들은 ‘안전 보건 담당 임원은 등기이사만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실질적으로 안전 보건 업무를 담당하지만 등기되지 않은 임원도 포함하는 것인지’ 등 경영책임자의 범위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고 경총은 전했다. ‘원청의 안전 보건 조치 의무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등 원청과 하청의 책임 범위에 대한 질문도 적지 않았다.
경총은 “법 조문이 불명확해 기업이 어떤 준비를 해야할지 예측하기 어렵고 경영책임자와 원청이 관여 가능한 한도를 넘어서 책임져야 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며 “모호한 규정을 구체화한 법률 해설서, 매뉴얼, 지침, 가이드 등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기업들은 또 산업계가 중대 재해 예방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율 안전 체계 구축·운영 및 안전·보건 전문 인력 채용, 위험·노후 시설 개선을 위해 비용을 투입할 경우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경총은 “수요 조사를 통해 확인된 기업의 질의 및 애로 사항을 토대로 합리적인 수준의 시행령이 조속히 제정돼야 할 것”이라며 “중대 재해 예방을 위한 실효성 있는 기업 지원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박시진 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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