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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세월이 비친 것인가, 연못이 품은 것인가...천안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그 옛날 '천안삼거리' 천지개벽했지만

인근 삼거리공원서 옛 풍경 반추 가능

연못 위 영남루·삼룡동 삼층석탑 등

'천'천히 둘러보아야 '안' 보인 것들 보여

홍대용과학관서 별관측·천호지도 볼만

천안 12경 중 하나인 천호지의 야경. 이곳은 한 달 후쯤이면 벚꽃이 만개한다.




전국 이곳저곳으로 여행을 다니다 보면 오며 가며 거치는 곳이 있다. 남쪽 지방으로 갈 때면 꼭 거치게 되는 곳이 바로 천안이다. 그 때문일까. 열차를 갈아타느라 혹은 다른 업무 차 여러 번 천안에 들른 적은 있지만 여행 목적으로 방문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야말로 ‘서울의 지척에 있어 언제든 가볼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에 무심코 지나쳤던 천안의 구석구석을 둘러보기로 했다.

‘광화문네거리’나 ‘양재동뱅뱅사거리’처럼 거리의 이름으로 대표되는 지명 가운데 빠지지 않는 것이 ‘천안삼거리’다. 천안삼거리가 유명한 것은 바로 이 길목이 북쪽으로 가면 한양, 남쪽으로는 영남의 대구, 서쪽으로는 논산을 거쳐 호남의 광주·목포로 이어지는 삼남대로의 분기점이었기 때문이다.

천안삼거리공원 연못가에 서 있는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12호 영남루(永南樓).


그 옛날 삼거리는 거듭된 도시계획과 도로 확장으로 천지개벽했지만 인근에는 옛 영화를 반추하는 삼거리공원이 새로 조성돼 있다. 지난 1970년대에 조성한 20만 7,000㎡의 공원 곳곳에는 능수버들이 식재돼 있고 연못가에는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12호 영남루(永南樓)가 잔잔한 물 위에 비친 제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공원 초입에 나란히 세워진 입간판에는 춘향전의 스토리와 흡사한 천안삼거리 유래가 기록돼 있는데 이것을 읽어보면 민요 천안삼거리의 또 다른 제목이 왜 흥타령인지, 버드나무의 다른 이름이 왜 능수버들인지 알 수 있다.

공원에는 그 밖에도 삼룡동 삼층석탑, 가수 최희준이 불러서 히트했던 가요 ‘하숙생’의 노래비, 독립투쟁의사광복회원기념비 등이 있어 무심코 지나가려는 걸음을 멈추게 한다.

조선 시대 지구자전설을 처음으로 주장한 홍대용의 업적을 기려 세워진 홍대용과학관.




어린 자녀들과 함께 천안을 찾는다면 ‘천안 홍대용과학관’을 들러볼 만하다. 이름은 과학관이지만 건물을 채우고 있는 콘텐츠는 천문학이다. 옥상의 돔 안에는 대형 망원경도 설치돼 있다. 홍대용은 자신의 저서 ‘의산문답’에서 조선 최초로 지구자전설을 주장했고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무한우주론과 월식을 예로 들어 지구의 모양이 둥글다는 지구구형설을 주장했다. 그런 업적이 있는 홍대용의 이름을 딴 과학관이 이곳에 세워진 것은 그가 1762년 천안시 수신면에 “농수각”이라는 최초의 사설 천문대를 만들고 혼천의 등 천문 관측 기기를 이곳에 설치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만난 김종태 천문대장은 “천문대는 공기가 맑아 천체 관측이 용이한 산 위에 설치한 전문 연구용과 접근이 편한 곳에 설치해 일반에게 공개하는 곳이 있는데 홍대용과학관은 후자에 속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은하수와 밤하늘의 별자리를 촬영하는 요령을 묻는 기자에게 아주 열정적으로 답변을 해줬는데 아쉽게도 그의 이야기를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다. 기자의 무식을 눈치챘는지 그는 친절하게도 메일로 자세한 설명을 보내줬다.

천안의 볼거리는 한 달 후쯤 배로 유명한 성환 일대 배밭을 뒤덮는 배꽃이라는데 아직은 이른 계절이라 꽃구경을 할 수는 없었다. 대신 천호지 야경을 보기로 하고 차 안에 앉아서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천호지는 1957년 한국농어촌공사가 일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조성한 저수지였지만 이제는 거대 도시 천안의 휴식 공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어둠이 내리면 낮에는 한가했던 호수 안 웰빙 마라톤 코스로 수많은 시민이 몰려 나와 트랙을 따라 뛰거나 걷는 모습이 눈에 띈다. 천호지 안에는 분수·현수교 등이 설치돼 주변 풍광에 아름다움을 더 한다. 이곳 천호지는 봄철이면 마라톤 코스를 따라 개나리·벚꽃·매화가 뒤덮여 하늘을 가리는 탓에 천안 12경으로 꼽히기도 한다.

천안을 대표하는 먹거리 아우내장터의 순대.


<천안맛집>쌍둥이순대

천안의 먹거리를 꼽으라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호두과자와 병천순대다. 호두과자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여러 차례 맛을 봤으니 이번 여행길에서는 병천순대 거리가 조성돼 있는 아우내 장터를 찾았다. 이곳에는 20곳에 달하는 ‘순대 전문점’이 들어서 있는데 식당 규모가 한결같이 웬만한 할인점 크기로 상당하다. 기자가 들른 곳은 ‘쌍둥이네 순대’라는 곳이었는데 다른 곳의 순대국밥에 비해 누린내가 안 나고 순대 안이 당면 대신 배추·양파 같은 야채로 채워져 있어 맛이 담백했다. 순대국밥 가격은 8,000원인데 국밥 안에 들어 있 는 돼지고기와 순대의 양이 넉넉해 다른 것을 주문하지 않아도 배가 부를 정도다. /글·사진(천안)=우현석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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