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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현장] '자산어보' 칼라보다 찬란한 흑백, 그리고 영화의 가치(종합)

18일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진행된 영화 ‘자산어보’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이준익 감독과 배우 변요한, 이정은, 설경구(왼쪽부터) /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담백하고 깔끔하다. 흑과 백 뿐이지만, 미세한 명도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그림은 흐르고 흘러 바다와 만나 푸르게 흩뿌린다.

18일 오후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화 '자산어보'의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이준익 감독과 배우 설경규, 변요한, 이정은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자산어보'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과 섬을 벗어나 출세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가 책 '자산어보'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역사극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가슴에 꽂는데 능한 이준익 감독은 ‘자산어보라는 책을 썼다’ 정도로 역사책에 스쳐가는 정약전을 수면위로 끌어올렸다. 그와 창대가 나누는 우정, 갈등, 그리고 봉합까지. 화면은 투박하지만 그림은 다채롭다.

이 감독은 정약전과 정약용, 청년 창대가 바라보는 각자의 세상을 유연하게 풀어놓는다. 대립이 아닌 차이를 이야기하고, 그 차이를 받아들이는게 핵심이다. 이 감독은 “정약전과 정약용의 이야기는 가치관의 대립이 아닌 차이를 이야기하고, 그 차이 속에서 창대가 어떻게 삶의 방향을 잡아내는가를 말한다”며 “200년 전 일이지만 지금과 다를까, 개인주의의 현대성을 정약전을 통해 찾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정약전을 통해 글을 배우고 세상에 발을 내딛는 창대는 ‘자산어보’에 언급된 인물이지만 행적이 밝혀진 바는 없다. 덕분에 극 안에서 유일하게 자유롭고,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감독은 “역사물에서는 두 가지 선택을 하게 된다. 사실이나 진술을 기반으로 진실에 도전하거나, 사실을 근거로 허구를 통해 진실에 도전하거나. 그렇다고 모든 영화가 진실에 도달하지는 않는다”며 “고증의 근거를 두고 합당한지 아닌지는 5년 10년 뒤에 작품이 사기 자리를 찾을수 있는지 결정된다. 이 영화가 10년 뒤 자신의 자리를 찾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사극이 처음인 설경구는 ‘자고로 사극은 이래야 한다’는 형식에 억매이지 않는다. 그는 “큰 학자의 이름을 배역으로 쓴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약전에 대해 공부했다기보다 섬에 들어가서 모두와 함께 잘 놀자는 마음이었다”며 “변요한과도 섬 안에서 똘똘 뭉쳐서 촬영이 있을 때도 쉴 때도 이정은이 해주는 밥을 얻어먹으며 잘 놀았다. 사극 한번 더 해도 될 것 같다”고 촬영 과정을 무겁지 않은 느낌으로 설명했다.

이날 처음으로 영화를 봤다는 변요한은 “마음 놓고 울고 싶었다”며 격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자신의 연기가 아닌 작품을 보고 눈물을 을렸다며 “서툴고 부족하지만, 진실되게 연기하려 노력했다. 영화가 좋아서 눈물이 났다. 그게 전부”라는 소감을 남겼다.

이전부터 설경구와의 로맨스(?)로 화제가 됐던 이정은 특유의 자연스러움은 자칫 이념논쟁으로 흐를 수 있는 이야기를 인간미 넘치게 바꾼다. 그는 “처음 이 감독님을 뵈었을 때 도표를 보여주시더라. 정약전과 창대 사이에 내 얼굴이 들어가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며 “흑백영화는 표정이 그대로 드러나기에 조금이라도 지나치면 흐름이 깨진다. 이야기를 풍요롭게 하기 위해 내 역할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나이를 떠난 우정 때문에 눈물이 너무 나서 정신을 못 차리겠다”고 작품의 감동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한편 서로 다른 신분과 가치관으로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두 남자의 우정, 그리고 선택, 그리고 그 삶의가치를 그릴 영화 ‘자산어보’는 3월 31일 개봉된다.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최상진 기자 csj84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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