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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도시] '권위의 상징' 국회에 층층이 쌓은 소통의 미학

■국회소통관

본관 마주한 국회후생관 헐고 다시 지어

큐브식 층마다 형태 다른 구조로 재탄생

각도 따라 건물 색깔 달라지는 리듬감에

투명유리 중정 통해 외부와 소통 강조도

국회소통관은 국회의사당 본관(왼쪽)과의 건축적 관계를 고려해 본관이 채택한 사각형 형태를 기초로 변화를 시도했다./사진 제공=이남선 작가




언젠가 한 아마추어 음악가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동료와의 교류나 스승의 지도 없이 혼자 연습해 기타 연주가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음악가다. 그는 드디어 연주 대회에 나섰다. 자신보다 앞 순서의 젊은이들이 경연곡을 연주하는 것을 지켜보던 그는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대회장을 나왔다고 한다. 단순히 연주 실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아니었다. 자신의 연주 기법, 연주 스타일, 곡 해석이 얼마나 시대와 동떨어져 있는지를 절감했기 때문이란다. ‘동시대성(contemporary)’을 확보하지 못한 존재는 어느 순간 얼마나 초라해지는가. 시대의 흐름에 같이 호흡하는 과제는 음악과 미술·건축 등 문화 예술은 물론 사회적 동물인 개개인에 이르기 까지 중요하다.

국회소통관 전경. 소통 공간이라는 기능과 국회라는 공간이 가진 권위를 현 시대의 관점으로 구현했다./사진 제공=이남선 작가


<소통과 변화가 상존하는 공간 목표>

국회소통관은 동시대성이라는 과제를 무겁게 떠안은 프로젝트다. 국회는 ‘권위’를 갖춘 공간이다. 우리나라 자유민주주의의 한 축인 입법을 상징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1975년 지어진 국회의사당 본관은 그 권위를 그 시대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사각의 형태가 가진 ‘점잖음’을 기본으로 한다. 그 주변으로 지붕을 떠받치는 24개의 기둥으로 과거 고대 신전과 같은 신성함을 입혔다. 최초 설계 당시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지붕의 ‘돔’도 건물에 권위가 필요하다는 정치인들의 지적을 받아들여 만들어졌다. 국회라는 공간의 권위를 표현하는 그 시대의 방식은 ‘엄숙함’ 정도로 압축할 수 있을 듯하다.

2015년 국회는 그동안 일종의 근린생활시설처럼 쓰던 국회 후생관을 헐고 국회소통관으로 다시 짓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국회의사당 본관과 남서쪽 방향으로 이웃한 위치다. 뒤쪽으로는 샛강을 끼고 있다. 국회라는 공간 내 있는 건물인 만큼 어떻게 그 권위를 표현하고 동시에 어떤 방식으로 지금 이 순간의 시대성을 담을 것인가. 탈권위의 시대에 권위는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이 같은 고민 속에서 2020년 준공된 건축물이 바로 지금의 국회소통관이다.

국회소통관 외관의 가장 큰 특징은 마치 각 층별로 각도를 틀어 쌓아놓은 듯한 구조다. 마치 큐브를 조금씩 돌려놓은 것같은 모습이다. 설계를 담당한 김태만 해안건축 대표는 “국회는 권위주의가 아닌 권위의 공간”이라며 “이 같은 특징을 구현하는 동시에 이웃해 있는 국회의사당 본관과의 건축적 관계를 고려해 사각형을 주된 형태로 삼았다. 동시에 층별로 그 형태를 조절하면서 변화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확히 말하면 층마다 돌려놓은 모양이 아니라 층별로 실제 형태가 달라지는 구조라는 것이다. 즉 1층은 사다리꼴을 하고 있고 2층과 3층이 될수록 점점 정사각형과 가까워지다가 4층에 이르러 완전한 정사각형이 된다. 그래서 1층 사다리꼴의 짧은 면의 한쪽에는 층수가 올라갈수록 마치 처마가 지듯 지붕이 되고 한쪽은 자연스럽게 테라스가 만들어졌다. 지붕이 되는 곳은 각 층 모서리가 아래층보다 최고 8m씩 튀어나오는 구조다. 1층 출입구에서 4층 건물 꼭짓점까지는 24m가 튀어나와 있다. 김 대표는 “네모난 형태가 주는 정갈함과 사다리꼴 등의 구조를 통해 국회의 엄숙함을 존중하면서도 소통과 변화가 상존하는 다이내믹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1층부터 4층까지 층마다 8m씩 앞으로 돌출된 구조다. 4층은 결국 1층보다 24m 앞으로 나와 지붕아닌 지붕이 된다./사진 제공=이남선 작가


<시대와 함께하는 권위의 공간>

이 같은 형태는 현실적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국회소통관 부지는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과 샛강역을 잇는 지하 터널이 지나간다. 지하철이 지나가는 터널 위에 기둥을 얹을 경우 건물도, 지하철도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이에 지하철이 지나가는 경로를 피해 1층을 세웠다. 가장 다양한 각도를 보여주는 전면부의 1층 라인이 바로 지하철 9호선 라인과 평행하다고 보면 된다. 다만 이 라인을 4층까지 유지하면 공간 활용 면에서 비효율적이다. 또 변화감 없는 단순한 건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2층부터는 점차 형태를 달리하는 결과가 됐다.



변화를 준 건 전체 모양과 구조만이 아니다. 창문의 크기는 1층이 가장 크고 4층이 제일 작다. 창문이 있는 면을 앞에서 보면 미색이고, 측면에는 갈색이 입혀져 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미색의 건물이었다가 갈색이 더욱 도드라지는 건물이 되기도 한다. 김 대표는 이를 두고 “미묘한 변화와 리듬감”이라고 표현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중정’이다. 내부에 사각형의 뜰을 만들고 4층 천장까지 오픈했다. 중정은 유리로 둘러쌌다. 2층과 3층·4층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이들로서는 안팎이 모두 자연 빛이 드는 밝은 공간이 되는 셈이다. 개방감이 강조된 공간이다.

실제 건축가는 중정을 만들면서 1층을 입구부터 샛강과 접한 후면까지 일종의 개방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고 한다. 건물에 들어서면 투명 유리로 시야가 통과하는 중정이 있고 그 뒤로 빈 공간을 두며 다시 투명한 유리 외벽으로 샛강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이 건물의 존재 목적이 외부와의 소통에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현재 이 건물의 1층은 결혼식장 등 연회장으로 쓰고 2층은 프레스센터, 3층은 각 행정부 파견 직원들이 근무하는 공간으로 쓴다. 4층은 추가적인 사무 공간이다. 국회는 이 공간에서 최신 이슈를 행정부와 소통하고 언론에 알리고 있다. 실제 취재 당일 한 유명 정치인이 기자회견을 위해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바삐 2층 프레스센터로 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건축가는 특히 개방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중정을 둘러싼 유리 벽을 지탱하는 프레임으로 스틸프레임을 적용했다. 김 대표는 “일반적으로 쓰는 알루미늄 프레임보다 두께가 얇고 부피가 적어 시야를 더욱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공간을 가볍게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국회소통관은 시대와 동떨어진 권위가 아니라 시대와 함께하는 권위로 거듭날 수 있는 나름의 건축적 해답을 찾고자 했다. 그 결과 국회의 권위는 엄숙함을 지나 리듬감과 개방감으로 재탄생했다.

내부에는 천장이 열려 있는 중정을 설치하고 실내에는 유리 벽을 설치해 안팎으로 오픈된 실내 공간을 만들었다./사진 제공=이남선 작가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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