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쿠데타 이후 무고한 시민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해온 미얀마 군경이 시신을 탈취하는 일이 비일비재해 시민들의 분노가 더욱 커지고 있다. 군경이 무차별 총격 만행을 은폐하고 사망자 숫자를 줄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5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군경 폭력으로 인한 희생자의 장례를 지원해주는 한 시민단체가 지난 5일 이후 4건의 장례식이 시신 없이 치러졌다는 사실을 제보했다고 밝혔다. 군부가 총격 희생자들의 시신을 가져가 자기들 멋대로 화장했기 때문이라고 이 단체는 설명했다. 최근 시내에서 군경이 일련의 무차별 총격을 가했던 만큼 탈취된 시신의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단체는 덧붙였다.
매체는 지난 21일 이후 군경이 사흘간 찬먀따지 구(區)내 곳곳에 쳐들어와 총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이 기간 최소 20명이 숨지고, 100명 가량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일에는 군경이 찬먀따지 구에서 열리고 있던 장례식에 난입해 부검을 해야 한다며 총격으로 숨진 16세 소년의 시신을 가져가는 일도 발생했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또 만달레이에서 찍힌 영상을 보면 숨진 것으로 보이는 한 남성을 군경이 죄수 수송 차량에 싣는 모습이 나온다고 전했다. 실제 미얀마 시민들이 SNS에 올린 동영상과 사진에는 만달레이뿐만 아니라 미얀마 곳곳에서 총을 맞고 숨진 이들을 군경이 어디론가 끌고 가는 모습이 적지 않게 담겨 있다.
이 단체는 처음에는 군경이 시신을 부검한 뒤 가족에게 인도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23일 현재 275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지만, 실제 사망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군경에 희생된 이들의 가족들은 군경이 시신을 탈취하기 전에 신속하게 장례를 치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일 집 안까지 쳐들어온 군경이 쏜 총에 맞아 숨진 7세 소녀 킨 묘 칫의 가족도 이를 우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겁에 질려 아빠의 무릎에 앉아 있던 소녀를 상대로 총격을 가한 군경의 만행이 널리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던 만큼 군경이 시신을 탈취해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가족들의 우려대로 일단의 군인들이 그날 밤 다시 소녀의 집으로 쳐들어왔다. 킨 묘 칫의 언니인 마이 뚜는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에 "군인들이 오후 11시쯤 집으로 들어가더니 집 안을 마구 뒤졌다. 그들이 동생의 시신을 가져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집을 나와있었는데, 우려한 그대로였다"고 말했다.
결국 다음날 새벽 가족 및 친지 일부만 참석한 가운데 킨 묘 칫의 장례가 조용히 치러졌고, 소녀는 묘지에 묻혔다. 시민들은 군부의 이같은 만행이 무차별 총질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동시에, 사망자 숫자를 줄이려는 의도라고 보고 있다고 이라와디는 전했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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