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시세의 최대 90%’까지 분양가를 올릴 수 있도록 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새 분양가 심사 기준이 시장에 적용되며 대구에서 일반 아파트로는 지방 역대 최고 분양가가 나왔다. 30평형(전용 84㎡) 기준으로 분양가가 9억 원을 넘어선 것이다. 지방의 일부 고급 단지를 제외하고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알려졌다. HUG는 지난 2월 22일부터 새로운 고분양가 심사 기준을 시행해왔다.
26일 HUG와 정비 업계 등에 따르면 HUG는 24일 대구 수성구 일대에서 공급할 예정인 ‘만촌역 힐스테이트’에 대해 3.3㎡당 평균 2,454만 원으로 분양 보증을 승인했다. 단지의 입주자 모집 공고를 보면 전용 84㎡는 최고 8억 9,926만 원에 달한다. 사실상 필수 수준의 옵션인 발코니 확장비(3,000만 원)를 더하면 9억 3,000만 원에 가까운 분양가가 나온다. 전용 136㎡는 최고 13억 5,000만 원 수준까지 높아져 중도금 대출 금지선을 넘어섰다.
최근 대구의 분양가 사례에 비춰봐도 이례적인 수준으로 분양가가 급등한 것인데 이는 지난달부터 시행된 HUG의 고분양가심사제도 개편의 영향이다. HUG는 2월 22일부터 고분양가 심사 시 주변 시세의 최대 90%를 상한으로 고려하는 등 분양가 심사 기준을 개선해 시행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의 최근 신축 시세가 3.3㎡당 3,000만 원을 훌쩍 넘을 정도로 뛰면서 분양가도 덩달아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한편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은 민간 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여전히 강력한 분양가 통제를 받고 있다. 이렇다 보니 조만간 지방의 분양가가 더 높은 ‘분양가 역전 현상’도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서울이든 지방이든 분양가 산정 기준을 통일해 합리적인 분양가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시장 상황에 맞게 분양가 자율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은 로또·지방은 고분양가…분양가 역전 확산되나>
당초 시장에서는 심사기준 개편에 따라 일정 수준의 분양가 상승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상승 폭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HUG의 고분양가 심사기준에 따른 분양가 통제를 받는 지방권에서는 비슷한 사례가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당장 이번 만촌역 힐스테이트 사례가 알려지면서 부산 분양시장의 ‘최대어’로 불리는 동래구 온천4구역 재개발 조합은 기대가 한껏 높아져 있다. 지방에서도 이제 현금부자만 청약할 수 있는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규제를 받고 있는 서울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은 ‘역차별’ 논란을 빚게 됐다. HUG의 고분양가 심사기준은 서울 등 분양가 상한제 지역에서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은 서울 18개구 309개동과 경기 광명·하남·과천 13개동 등 322개동이다. 이곳에서는 시세가 아닌 건축비와 택지비를 고려해 가격이 산정된다,
분양가 역전 혁상은 벌써 감지되고 있다. HUG의 민간아파트 분양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의 분양가는 올해 들어 낮아진 반면 지방 광역시는 오르는 모습이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12월 ㎡당 평균 분양가가 856만 6,000원이었지만 지난 달에는 854만 원으로 2만 6,000원(0.3%) 뒷걸음질 쳤다. 경기도 같은 기간 438만 6,000원에서 438만 2,000원으로 하락했다. 반면 지방 광역시의 경우 울산을 제외하고 전 지역에서 이 기간 동안 분양가격이 올랐다.
한 전문가는 같은 분양가를 두고 서울 등 수도권과 지방에서 다른 잣대로 가격 산출이 이뤄지는 셈으로 이에 따른 혼란은 고스란히 시장이 떠안게 된다고 말한다. 서울에서는 상한제로 ‘로또 분양’이 나오고, 지방에서는 높아진 분양가로 인해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기준이 다르다는 점 자체에 대해서는 양쪽 모두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분양가를 너무 옥죌 때 나타나는 부작용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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