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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백신접종 거부하는 美공화 지지자들

캐슬린 파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정부간섭 배척 고집쟁이 성향에

공화당 지지자들의 거의 절반이

코로나 백신 접종에 회의적 태도

나중에 후회 환자 보면 안타까워

캐슬린 파커




아무래도 이 정도의 국론 분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모양이다. 이제 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두고 당파 색을 따라 다시 두 쪽으로 갈라졌다. 백신 접종에 관한 한 공화당 유권자들이 민주당 지지자들에 비해 훨씬 소극적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22일 사이에 등록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빅스서베이에서 백신 접종 차례가 돌아오거나 기회가 생기면 코로나19 예방주사를 맞을 계획이냐는 질문에 백인 남성 공화당원의 41%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백인 남성 민주당원 가운데 2%만이 접종을 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보였다.

흑인 유권자들도 지지 정당에 따라 의견이 갈렸다. 흑인 남성 공화당 지지자들의 32%가 예방접종에 거부 의사를 밝힌 데 비해 흑인 남성 민주당원 중 고작 4%만이 같은 견해를 피력했다. 남성 라틴계 민주당원의 경우 전체 응답자의 4%만이 “안 맞겠다”고 답한 반면 남성 라틴계 공화당원은 경우 무려 45%가 “예방주사를 맞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에 비해 건강 관련 이슈에 보다 지각 있게 행동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화당 여성 유권자들이 평소와 다른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여성 지지자 가운데 불과 5%만이 접종 거부 의사를 밝힌 데 비해 공화당 응답자들의 46%는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접종 거부 이유는 나이와 교육 수준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젊은 층에서는 설사 코로나19에 걸린다 해도 최소한 죽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거부율이 높게 나온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과학에 대한 신뢰 또한 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대학 졸업 이상의 고학력자들은 대체로 진보적 성향을 보인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30여 년 전만 해도 공화당 유권자들은 민주당 지지자들에 비해 학력 수준이 높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당시 민주당은 근로 계층을 대변하는 정당이었다. 예를 들어 1994년의 조사 결과를 보면 대학 졸업장 소지자들의 54%가 공화당 쪽으로 쏠린 반면 39%만이 민주당에 호의적이었다. 오늘날의 상황은 그때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공화당과 당의 입노릇을 자처하는 미디어들은 당파적 이익을 위해 과학과 고등교육에 대한 회의론을 전파·조장하고 심지어 미화했다. 명백한 고의적 무지이다.

필자의 눈에는 필사적인 조치로 보인다.

대중적 친화력과 거리가 먼 극단적 보수주의를 유행시킨 윌리엄 버클리가 과학과 고등교육을 배척하는 공화당의 태도를 전해들었다면 아마도 그의 무덤 안에서 수천 번 돌아누웠을 터이다. 버클리는 하버드대 교수진보다 알파벳 순서에 따라 전화번호부 앞쪽에 이름이 나오는 2,000명이 통치하는 국가에서 살기를 원한다는 극단적인 견해를 밝혔던 인물이다.

버클리와 유사한 주장을 펼치는 그의 아류들은 대체로 말주변이 좋다. 그들은 저학력자가 아니라 아이비리그의 초록 물감이 뚝뚝 떨어지는 ‘먹물’들이다. 버클리 역시 예일대 출신이다.



고등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종종 지적이지 못하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대학 교정에 단 한 번도 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는 사람 가운데 명성이 높고 현명한 사람들이 수두룩하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버클리가 하고자 했던 말이다.

공화당 유권자 가운데 거의 절반은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필사적으로 맞으려는 백신에 회의적이라는 사실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바가 무엇일까. 충분한 정보에 근거한 필자의 짐작에 따르면 그들은 그저 고집이 세고 마스크 착용과 백신 접종을 강요하는 ‘유모 국가’를 좋아하지 않는 것뿐이다. 한마디로 간섭이 심한 정부에 뿔난 고집쟁이라는 얘기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그런 성향의 사람들을 알고 있다. 그들 중 상당수는 백신 접종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예방주사를 맞기 전에 접종한 다른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볼 작정”이라고 말한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가 신속한 백신 개발을 강력히 밀어붙였다거나 그 자신도 백신을 맞았다는 사실은 그들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공화당이나 민주당, 혹은 다른 어떤 정당의 지지자이건 보통 온라인을 통해 접종 예약을 할 때 많은 시간과 인내심, 그리고 열정이 요구되는 것 역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필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수일 동안 시도한 끝에 가까스로 30마일 떨어진 곳의 접종센터에 예약을 할 수 있었다. 백인 남성으로 공화당 성향을 지닌 남편은 필자가 모든 사전 절차를 대신해주지 않았다면 백신 접종이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지금까지 예방주사를 맞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백신에 회의적인 사람들이 이런 장애물에 부딪히면 두 번 다시 생각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백신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 단지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필자가 달리 할 말은 없다. 필자는 대형 약국 체인점 CVS에서 모더나 백신을 맞았는데 공급원에서 최종 피접종자에 이르는 백신 전달 체계는 조직적이고 효율적으로 짜여 있었다.

물론 심각한 부작용도 없었다. 첫 번째 접종 이후 이틀간 주사를 맞은 팔이 뻐근했을 뿐이다. 그러나 두 번째 주사를 맞은 후의 신체 반응은 만만치 않았다. 2차 접종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 내 몸속의 모든 신경세포 하나하나가 저마다 아우성을 치는 듯이 느껴졌고 기진맥진해 몸을 제대로 가누기조차 힘들었다. 그러나 10시간이 지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몸 상태가 좋아졌다.

그게 전부다. 접종 후 침대에 누워 두세 시간 휴식을 취하도록 미리 계획을 세워두면 된다. 조금 번거롭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치명적인 잠재력과 강한 전염력을 지닌 바이러스에 95%에 가까운 예방 효과를 얻는 것에 비하면 그 정도의 불편은 아무것도 아니다.

필자가 2차 접종 후 느꼈던 고통의 ‘풀 버전’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백신 접종을 거부하다 코로나19에 걸린 환자를 보면 안타깝다. 그들은 다른 선택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할 터이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온전히 자신이 내린 결정이라 남을 탓할 수도 없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우리는 종종 바보라 부른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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