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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명분' 챙기고, LG '실리' 얻고…美 배터리 동맹 압박도 작용

<'윈윈' 택한 K 배터리>

◆합의 내용과 배경

현금 1조는 올해와 내년에 각각 5,000억씩 지급

로열티는 매출의 일정비율을 지급

SK '美 철수는 사업 포기' 위기감

LG '리스크 장기화 부담' 맞물려

치닫던 배터리 전쟁서 총구 거둬

바이든 '친환경 액셀' 압박도 한몫





11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지난 2019년 4월부터 이어져온 배터리 분쟁 해결에 전격 합의했다. 현금과 로열티 형태로 각각 1조 원, 총 2조 원을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합의금 1조 원은 올해와 내년에 나눠 5,000억 원씩 지급하고 로열티는 배터리 매출의 일정 비율을 지급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는 향후 10년간 소송도 추가로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

감정적 언사까지 노골적으로 주고받던 두 회사가 최종 합의에 이른 것은 더 이상 사안을 지속하는 것은 배터리 사업 자체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래 성장 동력인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지속 가능성 자체를 위협받은 SK와 시장 형성 초기 주도권을 확고히 해야 하는 LG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친환경 전기차 산업 밸류체인(공급망)을 자국 내에 구축하고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가치 동맹 밸류체인(AVC)’ 압박도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들 두 회사는 공동 합의문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배터리 공급망 강화와 이를 통한 친환경 정책에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K, 합의 없으면 사업 어렵다고 판단한 듯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월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SK 배터리 10년 수입 금지’ 최종 결정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마지막까지 기대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ITC의 결정을 무력화할 거부권을 최종 결정 60일 이내에 행사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거부권 행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미국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미국 철수=배터리 사업 포기’라는 시각이 많았다. 일단 비용 측면에서 그렇다. 폭스바겐 전기차 전용 플랫폼(MEB)에 공급하려는 목적의 1공장은 수입 금지 2년 유예기간을 부여받았지만 실질적으로 공급 가능 기간은 내년 초부터 그해 말까지 1년이다. 통상 계약이 5~6년 단위로 이뤄지는 것을 고려하면 폭스바겐에 수천억 원대의 위약금을 물어야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포드 전기트럭 E-150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생산할 2공장은 4년의 유예기간을 받았지만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으면 매몰 비용을 감내하고서라도 공장 건설을 중도에 포기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철수한다고 하지만 최소 수천억 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중국·유럽과 함께 3대 전기차 시장인데, 이 중 한 곳을 포기한다는 것은 단순히 미국만 포기하는 게 아니다”라며 “글로벌 영업 활동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대승적 결단, 기술 경쟁력으로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LG도 경영 리스크 장기화 부담

ITC 영업 비밀 침해 소송에서 이긴 LG에너지솔루션이라고 해서 합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중국 CATL과 글로벌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소송전을 벌이는 것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영업 비밀 침해 소송에서 파생된 특허침해 소송이 남아 있고, 최악의 경우 영업 비밀 침해 소송이 델라웨어 연방법원에서 본격화한다면 3~5년은 소송에 매달려야 한다. 승패를 떠나 이처럼 장기간 소송 리스크가 이어지는 것은 LG로서도 부담인 셈이다.

아울러 2019년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분리막 기술 관련 특허 소송을 ITC에 제기했지만 최근 예비판정에서 특허침해가 인정되지 않았다. 반대로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 소송도 진행 중이다. 대규모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조속한 문제 해결 의사 결정에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로서도 합의를 통한 LG와 SK 분쟁 해결이 최선이다. 기후변화 대응에 친환경 전기차 산업은 핵심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는 SK이노베이션을 미국 시장에서 내보내는 것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미 무역대표부(USTR)가 최근 LG와 SK 관계자들을 만나 합의를 강하게 종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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