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성남에서 아파트 전세를 주고 있는 A씨는 지난해 말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세입자 B씨로부터 ‘새 집을 구할 때까지 석 달만 더 지낼 수 있겠느냐’는 부탁을 받았다. A씨는 B씨와 별도 합의문을 작성한 뒤 3개월을 더 살 수 있도록 허락했다. 하지만 B씨는 이후 돌연 ‘계약이 갱신됐으니 2년간 더 살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A씨는 뒤늦게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에 상담을 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3개월로 합의했어도 임대차 계약은 2년이 보장된다”는 것이었다.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이 지난해 7월 말 시행되고 9개월이 흘렀지만 임대차 시장의 혼선은 진정되지 않는 모습이다. 올해 들어 임대차분쟁조정위에 제기된 조정 건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여기에 전월세신고제가 6월 시행돼 ‘임대차 3법’이 완성되면 새로운 갈등은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경제가 4일 법률구조공단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접수된 조정 및 상담 접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11월 이후 다소 줄었던 분쟁 조정 접수는 올해 들어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새 임대차법 시행과 맞물려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이 크게 늘자 법률구조공단에서만 6곳을 운영하던 분쟁조정위를 지난해 11월부터 6곳(LH·한국부동산원 각 3곳) 더 늘려 12곳을 운영하고 있다. 부동산원은 내부 규정을 이유로 접수 현황 공개를 거부했다.
조정 접수 건수는 지난해 11월 192건으로 최다를 기록한 뒤 12월 150건으로 줄었다. 하지만 올해 1월 164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177건으로 증가했다. 부동산원이 관할하는 분쟁조정위 접수 건수를 더하면 3월에는 200건 안팎이 접수됐을 것으로 보인다. 상담 건수 또한 3월 8,394건으로 지난해 11월 8,406건에 근접한 수준으로 증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계약 갱신 및 종료, 계약 내용 해석 등에서 분쟁이 늘어나는 추세다. 법률구조공단에 올해 접수된 조정 419건 중 계약 이행·해석, 계약 갱신·종료와 관련된 건수는 114건으로 전체의 27.2%에 달한다. 전세 보증금 및 월세 증감과 관련한 분쟁은 22건이었다. 시장에서는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분쟁조정위 대신 법원으로 직행하는 경우가 늘어나 실제 분쟁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임대차3법이 모호한 데다 단기간 내 자주 바뀌다보니 법을 숙지하기 어렵고 불만도 늘어나는 것”이라며 “제도를 제대로 정비해 명확하게 만들지 않으면 앞으로도 분쟁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