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랬듯 그룹 하이라이트(Highlight)는 산뜻하다. 전 소속사와 결별하며 직접 새 보금자리를 짓고, 원래의 이름을 잃고 새로운 이름으로 대중 앞에 서고, 그리고 두 차례에 걸쳐 멤버의 탈퇴를 겪는 와중에도 하이라이트는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밝고 희망차게 팬들에게 다가섰다. 이번에는 3년 7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혹독한 겨울로 보냈던 하이라이트가 다시 새로운 시작을 꿈꿀 수 있는 따뜻한 봄을 맞이했다. 이전에도 그랬듯이 팬들과 함께할 날 들을 그리며….
지난 3일 하이라이트(윤두준, 양요섭, 이기광, 손동운)의 세 번째 미니 앨범 ‘더 블로잉(The Blowing)’이 발매됐다. 군 복무로 인한 공백기를 거친 하이라이트가 3년 7개월 만에 완전체로 발표하는 앨범이다. ‘하이라이트 멤버들이 긴 공백기 끝에 서서히 다가온다’라는 뜻인 ‘더 블로잉’은 오랜 기다림 끝에 돌아온 하이라이트가 다시 한번 인생에서 가장 즐겁고 찬란한 순간을 팬들과 함께 써 내려가고자 하는 바람을 담았다. 그만큼 앨범에는 팬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메시지로 가득 찼다.
타이틀곡 ‘불어온다’ 또한 팬들에게 전하는 이야기다. 부제인 ‘낫 디 엔드(Not the end)’처럼 나는 여전히 이곳에 있고 우리는 끝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시작임을 알리는 희망의 메시지다. ‘추운 겨울이 가면 봄이 올 거라고 당연하게 믿는 것처럼’이라는 가사처럼,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봄바람이 불어오는 계절과 어울리는 청량한 사운드가 특징이다. 멤버 이기광이 직접 작사, 작곡에 참여해 진심이 더 짙게 묻어난다.
밝고 화사한 뮤직비디오는 곡의 분위기를 배가한다. 전체적으로 따뜻한 봄을 나타내는 비비드한 색감이 희망찬 느낌을 준다. 댄스 퍼포먼스와 상징적인 이야기가 교차돼 이야기를 추측해 나가는 재미가 있다. 마치 꿈처럼 비현실적인 공간에 있는 멤버들은 각각 떨어져 있지만 꽃, 나무 등의 소품들로 연결돼 있는 듯하다. 각 멤버들이 갖고 있는 편지, 악보, 향수, 책 등에는 “I’m still here it’s not the end”(난 아직 여기 있어. 끝이 아니야)라는 메시지가 똑같이 쓰여 있다. 화면이 흑백으로 바뀌면서 멤버들이 꿈속에서 헤매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고, 이내 화려한 색감의 화면으로 전환된다. 새로운 시작에 축복을 알리는 것처럼 보이는, 꽃잎이 흩날리는 곳에서 함께 모여 춤을 추는 멤버들이 비춰진다.
퍼포먼스 또한 봄의 분위기가 물씬 난다. 각 멤버들이 한 명씩 등장해 집중도를 높이다가 다 함께 모여 군무를 하며 곡이 시작된다. 서정적인 곡인 만큼 과격한 안무보다는 물 흐르듯 매끄러운 흐름에 중점을 뒀다. 곡의 절정에서 멤버들이 중앙에서 원을 그리고 댄서들이 바깥을 둘러싼 퍼포먼스는 꽃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파워풀하고 절도 있는 안무로 꽉 채우기보다 살랑 살랑한 움직임을 포인트로 하는 것은 흩날리는 꽃 같기도 하다.
공백기 동안 하이라이트는 또 한 번의 변화를 맞이했다. 앨범 프로듀싱을 담당하던 용준형이 탈퇴한 것. 이후 발표한 첫 앨범인 ‘더 블로잉’은 자연스럽게 음악적인 색깔도 변화했다. 하이라이트의 강점인 서정성에 좀 더 집중하게 됐고, 외부 작곡가의 곡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다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게 됐다. 그렇다고 팀의 정체성을 잃은 것은 아니다. “하이라이트가 부르면 밝은 노래여도 서정적인 느낌이 난다”고 자평한 그들의 말처럼, 모든 수록곡은 하이라트의 색깔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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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이트는 이기광을 비롯해 양요섭, 손동운까지 멤버의 절반 이상이 작사·작곡 능력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앨범의 전반적인 키를 진 이기광은 타이틀곡뿐만 아니라 수록곡 ‘밤이야’ 작업에도 참여했는데, 앨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당초 이 2곡만이 아닌 여러 곡을 작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손동운이 수록곡 ‘서프(Surf)’으로 프로듀싱 능력을 입증해 앞으로 하이라이트의 음악을 기대케 했다.
하이라이트의 새로운 시작은 통했다. 타이틀곡 ‘불어온다’는 발매 직후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 벅스, 지니뮤직의 실시같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최근 24시간 동안의 이용량을 반영한 멜론 24Hits에도 빠르게 진입했다. 또 아이튠즈 앨범 차트에서 브라질, 몽골, 태국, 베트남 4개 지역 1위에 오르는 등 여전한 해외 인기를 자랑했다. 신곡을 발표한 지 나흘이 지난 시점(7일 기준)에도 벅스, 지니뮤직 실시간 차트 상위권에 있고, 멜론에서는 발매 1주 내 최신 24Hits에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앞서 하이라이트가 “팬들과 대중들이 ‘이게 바로 하이라이트다운 것’이라고 여길 것”이라고 했던 예상은 현실이 됐다. 세월이 지나도 멤버들이 계속해서 하나의 이름으로 함께할 수 있다는 것, 팬들에게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에만 의의를 둔 그들의 진심이 전해졌다. 하이라이트에게 불어온 새로운 바람은 다시 찬란하고 따뜻한 영원의 봄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새로운 앨범을 시작하고 팬들에게 새로운 노래를 들려드리는 이 순간을 너무 기다렸어요. 준비하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우리 팬들이 이걸 보고 좋아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만들었죠. ‘하이라이트가 꾸준히 자신들의 음악을 할 수 있는 팀이구나’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롱런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3일 앨범 발매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추승현 기자 chu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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