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을 4% 이상으로 제시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4% 성장은 지난 3월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전망치 3.6%와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 7개사의 평균 전망치(4월)인 3.9%보다 높다. 올해 4%대 성장률을 기록하면 2010년(6.8%) 이후 11년 만의 최대 성장률이다. 문 대통령은 4% 성장을 위해 또 ‘적극적 확장 재정’을 언급했다. 이를 위해 남은 임기 1년 동안에도 과감한 소비 진작책과 내수 부양을 추진할 방침이다. 지난해 국가 부채가 242조 원이나 늘어나며 1,985조 원에 이른 상황에서도 재정 관리에는 사실상 손을 놓은 셈이다.
우리 경제가 수출은 살아나고 있지만 고용시장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물가까지 급등 조짐을 보이는데도 방어벽인 재정을 또 허물겠다는 말이다. 이날 연설을 두고 “대통령이 생색내기에 나서기는 아직 이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근거는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째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수출 실적이다. 올 4월 수출은 511억 9,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41.1%나 늘어 2011년 1월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계절 변수를 제거한 일평균 수출도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연속 상승했다. 올해 1~4월 누적 수출액은 1,977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최근 경기회복세를 ‘기저 효과’로만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앞다퉈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최대 투자 은행인 JP모건이 4.6%를 제시했고 LG경제연구원도 4.0% 성장률을 예상했다. 스위스계 투자 은행인 UBS의 성장률 전망치는 4.8%에 이른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날 ‘5월 경제 동향’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KDI가 경기 전망에 ‘회복’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주요 지표별로 보면 3월 전산업생산은 광공업과 서비스업 생산의 증가 폭이 확대되며 전월(0.4%)보다 높은 5.8%의 증가율을 기록했고 서비스업생산도 7.8%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KDI는 “기저 효과를 고려하더라도 극심한 부진에서 반등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내수도 조금씩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3월 소매판매액은 전월(8.3%)보다 높은 10.9%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의복(48.0%)과 가방(34.9%)의 판매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소매판매액은 계절 조정 전월 대비로도 2.3% 증가해 부진이 완화되고 있다는 게 KDI의 평가다.
문제는 이 같은 강한 회복세에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고용시장이다. 3월 고용 동향을 보면 정부의 일자리 지원 사업 등에 힘입어 60대 이상 취업자가 전년 대비 40만 8,000명 늘어난 반면 30대와 40대 취업자 수는 각각 17만 명, 8만 5,000명씩 줄었다. 4월에는 기저 효과에 따라 감소 추세가 다소 반전될 수 있지만 체감 효과가 큰 대면 서비스업 등에서는 여전히 고용 회복 조짐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실제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은 1조 1,580억 원으로 전년 동월(9,933억 원) 대비 1,647억 원(16.6%) 증가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경기 개선은 반도체와 관련된 수출 분야인데 이런 산업은 고용 창출 효과가 크지 않아 정부의 별도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의 별도 언급은 없었지만 최근 물가 급등세도 경제 낙관론의 복병이다. 정부는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넘자 “기저 효과에 일시적 요인이 더해진 것”이라고 불안 심리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포스트 코로나’ 인플레이션에 진입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물가가 한국은행 관리 목표인 연 2%를 넘기면 금리 인상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져 가계 소비는 물론 경기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양극화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이날 특별연설에서 소득 주도 성장의 실패가 코로나19 탓이라는 발언이 나와 논란이 됐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경제적 불평등 완화를 국가적 과제로 삼아 소주성과 포용 정책을 펴왔다”면서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시간 단축, 기초연금 인상과 아동수당 도입 등의 정책을 펴왔고 (일각에서) 시장 충격을 염려하는 반대도 있었으나 고용 안전망 강화, 분배지표 개선 등의 긍정적 효과도 있었다”고 자평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위기가 (이런 긍정적인) 흐름을 역류시켰다”면서 “어려운 사람은 더 어렵게 만들어 격차와 불평등이 더 심화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밀어붙인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줄폐업을 선언하는 등 정책 실패의 부작용을 코로나19 탓으로 덮어버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세종=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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