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기(43) 국민의힘 부대변인 겸 수원정 당협위원장이 청년 최고위원에 출마하면서 “우리가 만든 불량정책, 망언, 구태를 모두 사과하고 화형식을 치러야 한다”고 16일 밝혔다.
홍 부대변인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5년에 “불량품을 만들다니 고객이 두렵지 않느냐”며 수백억 원 가치의 제품 15만대를 구미공장에 쌓고 불태운 사례를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시절 5·18민주화운동이나 세월호 참사 관련 망언 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현대국가의 정당은 기업과 마찬가지로 국민에게 필요한 비전, 정책 및 인재를 공급하는 ‘서비스 정당’이 되어야 한다”면서 “정당이 불량 정책과 비전을 제공했다면 당연히 국민들께 사과하고 환불과 재발방지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요 공약으로 △미국 정당의 빅데이터 선거방법 도입 △당직 등에 공개경쟁제도 도입 △일류 기업의 조직관리·인사평가·운영체계 이식 △정책개발·선거지원 능력 향상 등을 제시했다.
홍 부대변인은 ‘미국 정당들의 빅데이터 선거 방법을 도입하면 현재의 선거 운동, 홍보 방식과 어떻게 차별화되느냐’는 서울경제의 질문에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특정 시기에 특정 장소에서 어떤 정치적 메시지를 내는 것이 효율적인지 분석하고 이를 시행하고 있다”며 “무작정 후보의 개인기나 지연, 학연, 조직 등에 의존하는 것이 기존 선거 운동 방식이라면 익명의 대중 속에 효율적으로 파고들기 위한 것이 빅데이터 기반 선거 운동”이라고 말했다. 홍 부대변인은 빅데이터 분석의 예로 학력이 좋은 유학파 후보가 대치동에 출마한 경우 학생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금요일 저녁에 대치동 학원가에서 해당 후보의 영어 연설 동영상을 반복적으로 방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페이스북 코리아의 박대성 부사장과 협의해 미국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 라이선스를 받아 시행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개경쟁제도를 도입하려는 취지에 대해서는 “기존에 영입 대상이 되었던 인물들은 외부 조직의 장이거나 자신의 분야에서 일정 성과를 내고 이미 유명인인 경우가 많았다”면서 “공보, 정책 개발과 같이 능력에 따른 즉각적인 평가와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자리에 당 대표와 친한 사람이 아닌 공개 경쟁을 통과한 실력자를 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당의 조직관리와 정책개발, 선거지원 능력 등을 개선하겠다는 공약과 관련해서는 “현재 우리 당의 정책개발, 조직관리 및 선거지원능력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후보 개인이 지역에 맞는 정책을 개발하고 가장 효율적인 선거 방식을 알아내야 하는데 매우 어려운 작업”이라면서 “최소한 시, 도 단위라도 중앙당이 해당 지역에 적합한 구체적인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현재처럼 중앙에서 일률적인 카드뉴스, 현수막, 추상적인 메시지만 내는 것은 효과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부대변인이 출마한 청년 최고위원은 만 45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다. 최고위원 4명과 별도로 1명을 뽑는다. 투표자는 최고위원 2명과 청년 최고위원 1명을 찍을 수 있다. 앞서 강태린 의왕·과천 당협부위원장이 출마 선언을 했으며 이용 의원과 김용태 경기 광명을 당협위원장이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 부대변인은 주호영 전 원내대표와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김웅 의원과 홍준표 무소속 의원 등 신구 세대 간 설전과 갈등이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법치와 자유민주를 가치로 여기는 정당이라면 정치공학적 계산에 따라 특정 의견을 배척하는 것보다는 구체적으로는 다소 의견이 다르더라도 모두를 융합시킬 수 있는 ‘멜팅 팟’(용광로)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결국 그런 에너지가 정권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물론 출마 선언문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망언과 구태는 ‘멜팅’이 아니라 ‘소각’의 대상”이라고 선을 그었다.
홍 부대변인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36기를 수료했다. 이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7년간 변호사로 일했다.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수원정에 출마해 낙선했다. 아래는 출마 선언문 전문.
홍종기 청년최고위원 출마 선언 전문
존경하는 당원동지 그리고 국민 여러분
국민의힘 부대변인 / 수원시(정) 당협위원장 홍 종 기입니다.
저는 오늘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리 국민의힘은 지난 몇 년간 연속된 선거에서 국민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패배주의에 빠져 있었습니다.
다행히 최근 보궐선거에서는 2030 청년들의 지지로 서울과 부산에 다시 우리의 깃발을 꽂을 수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의 무능력과 독선에 기인한 것이었습니다.
내년 대선에서는 반드시 우리의 자력으로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 승리를 이루어야 합니다. 이번에 정권을 찾아오지 못한다면 단순히 우리 당 존망의 문제가 아니라 이 나라의 존재와 미래가 흔들립니다.
내년 대선승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2030 청년들을 비롯한 국민들이 투표소에서 우리 당에 자랑스럽게 한 표를 던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더 이상 국민들이 우리 당을 차악으로 생각하고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것에 만족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국민의힘이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을 신선한 방식으로 국민들께 알려드리고 그들의 지지와 환호를 받아야 합니다.
현대국가의 정당은 기업과 마찬가지로 국민에게 필요한 비전, 정책 및 인재를 공급하는 “서비스 정당”이 되어야 합니다. 정당이 불량 정책과 비전을 제공했다면 당연히 국민들께 사과하고 환불과 재발방지조치를 강구해야 합니다.
삼성의 故 이건희 회장은 1993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통해 회사의 근본체질을 바꾸고 현재의 글로벌 일류기업을 만들어냈습니다. 1995년에는 “불량품을 만들다니 고객이 두렵지 않느냐”며 수백억 원 가치의 제품 15만대를 구미공장에 쌓고 불태웠습니다.
국민의힘도 이런 기업인의 개혁정신과 고객을 두려워하는 마음, 당장의 손해보다 미래를 볼 수 있는 비전을 배워야 합니다. 더 이상 구시대적 정당에 머무르지 않고 개혁해야 합니다. 우리가 만든 불량정책, 망언, 구태를 모두 사과하고 화형식을 치러야 합니다.
이를 위한 첫 단계가 능력있고 참신한 인재를 지도부에 등용시킴으로써 당의 운영체계에 활력을 넣는 것입니다. 안드로이드와 iOS의 시대에 DOS와 윈도우 95 운영체계로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당원동지 그리고 국민 여러분,
저는 작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기 직전까지 글로벌 기업에서 애플, 퀄컴, TSMC 등 반도체 강자들과 싸우며 대한민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일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유력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합병을 시도할 때 우리 기업들이 이에 종속되지 않도록 미국 법무부를 끊임없이 설득하여 결국 합병을 막았습니다. 미국 국세청과 법리논쟁을 통해 우리 기업이 미국에 납부한 엄청난 세금을 돌려받은 적도 있습니다. 수십조 원 이상의 경제적 이익이 걸린 일들이었습니다.
이런 반도체 산업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고 오히려 방해만 하던 현 정부 인사들이 K반도체 운운하며 숟가락을 올리는 모습을 보며 분노를 느낍니다.
이 나라에 K 반도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직 우리 기업들이 만든 반도체만 존재할 뿐입니다. 반드시 정권을 찾아와야 하는 이유입니다.
저는 정치 입문 당시 친분 있는 정치인이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오직 저와 아이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이 쇠락하는 것을 막고 싶어 회사에 입사지원서를 내는 심정으로 공천을 신청했고 험지에 출마했습니다. 큰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이제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당원과 국민들께 호소합니다.
저를 최고위원으로 만들어주십시오!
당원과 국민 이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소신 있게 당을 혁신하고 정권을 찾아오겠습니다. 글로벌 일류기업의 DNA를 우리 당에 이식하여 운영체계를 최신버전으로 업데이트하겠습니다.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의 독재에 맞서 대한민국을 정상화하겠습니다!
일정한 조건에서만 전기가 통하는 반도체처럼 “국민과 당원의 목소리에만 ON? , 그 외 모든 계파와 불의, 불공정에는 OFF? ”가 되어 눈치보지 않고 소신껏 당을 개혁하고 정권을 찾아오겠습니다.
“반도체 청년” 홍종기가 청년들과 함께 국민의힘 버전 “프랑크푸르트 선언 2.0”을 반드시 이루어 내겠습니다. 국민들이 느끼셨을 구태와 과오를 모두 소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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