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당시에는 주목 받지 못했던 제품이 수년이 흐른 후 각광을 받는 ‘차트 역주행’ 바람이 정보기술(IT) 제품에도 불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힐링할 수 있는 차박 등 캠핑을 즐기는 인구가 크게 늘면서 휴대용 IT 기기들을 찾는 소비자들이 급격히 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제품들은 다시 생산량을 늘리는 등 뒤늦은 ‘전성기’를 맞고 있을 정도다.
23일 LG전자(066570)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출시한 빔프로젝터 ‘LG 시네빔’(PF50KA) 판매량이 올 들어 월 1,500대 이상으로 치솟았다. 특히 지난 달에는 2,000대 가까이 판매됐다.
출시 당시에는 국내 판매량이 월 200~300대 수준에 불과했지만 출시 후 4년 가까이 지난 현재 초기 판매량의 5배 이상 팔리고 있는 것이다.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IT기기 소비자들 사이에서 신제품 프리미엄 효과가 이미 수 년 전 소멸된 제품이 다시 인기를 끄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게다가 LG전자 역시 별 다른 마케팅 활동도 펼치지 않고 있다.
LG전자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코로나 19로 해외 여행이 제한되면서 나타난 캠핑 열풍 효과로 분석하고 있다. 출시 당시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LG 시네빔의 뛰어난 휴대성과 편의성이 알려지면서 캠핑족들을 중심으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LG 시네빔은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170mmX170mmX49mm에 불과한데다, 내장 배터리가 탑재돼 휴대성이 뛰어나다. USB C타입을 지원해 빠른 충전과 다른 휴대기기 충전도 가능하다. 또 풀HD의 해상도에 최대 화면 크기가 100인치인데다 10만대1의 명암비를 자랑하기 때문에 넓은 야외 공간에서도 만족스런 화질을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웹 운영체제(OS)를 탑재해 인터넷만 연결되면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등 각종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를 바로 볼 수 있다는 점도 캠핑족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다.
LG전자가 지난 2018년 출시한 ‘룸앤(Room&) TV’(27TN600S)도 최근 역주행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캠핑족들 사이에서 룸앤TV가 ‘캠핑 전용 TV’로 불리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것. 룸앤 TV는 출시 후 월 1,000여대 판매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월 4,000대 이상 판매되고 있다. 급격한 판매량 증가로 제품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소비자마저 생기고 있다. 수요가 급증하면서 20만원대였던 온라인 판매 가격이 최근 30만원대로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최근 이 같은 고객들을 위해 별도의 운반용 전용 가방 등을 제작해 구매 고객들에게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룸앤 TV는 당초 1인 가구를 타깃으로 출시한 제품이다. 당시에는 TV 시청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이었고,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에 밀리며 판매가 저조했다. 하지만 캠핑 인구가 늘어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4.5㎏으로 상대적으로 가벼운 무게로 휴대하기 편한데다, 전원만 연결하면 바로 시청할 수 있다는 편의성이 부각되면서 캠핑족들의 마음을 사로 잡은 것이다. 특히 무선 인터넷이 지원될 뿐만 아니라 영상·음악·이미지가 담긴 USB만 꽂으면 바로 감상할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영상과 무선인터넷 등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3~4년 전에 출시했던 영상 제품들이 최근 들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이같은 제품들의 역주행을 계기로 앞으로도 차별화된 기술력과 편의성을 두루 갖춘 제품을 지속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섭 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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