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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테라파워





2013년 4월 한국을 방문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주머니에 한 손을 넣고 악수했던 장면이 논란을 빚었다. ‘무례하다’와 ‘문화적 차이다’라는 견해가 맞서면서 정작 그의 방한 목적은 주목을 끌지 못했다. 테라파워 회장이란 직함으로 방한했던 게이츠는 박 대통령에게 “원자력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안전한 에너지 공급원”이라며 4세대 원자로 개발을 위해 한국과 협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원자력연구원과의 공동 연구가 탄력을 받는 계기가 됐다.

MS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게이츠 회장은 ‘제2의 인생’을 찾아나섰는데 그중 핵심은 원전을 통한 기후변화 문제 해결이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을 거치면서 원자력은 매우 위험한 에너지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하지만 게이츠의 판단은 달랐다. 그는 “현존하는 원전들은 1970년대 방식으로 제작됐고 그동안 많은 분야에서 기술 혁신이 이뤄졌음에도 원전만큼은 예외였다”고 말했다. 그는 MS에서 최고기술경영자(CTO)로 근무했던 네이선 미어볼드와 손잡고 2006년 테라파워를 설립해 지금까지 5억 달러 이상 투입했다. 테라파워가 개발 중인 소형모듈원자로(SMR)는 나트륨을 냉각재로 쓰는 고속 증식로인데, 발전 용량은 345㎿다. 원전 건설 비용이 기존 대형 원전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데다 끓는점이 883도에 달하는 나트륨의 특성 덕에 안전성도 확보할 수 있다. 2017년 중국 국영 기업과 공동 개발을 추진했다가 미중 갈등 증폭으로 좌초됐고 지난해 10월 미 행정부가 자금 지원에 나서면서 숨통이 트였다.



테라파워와 워런 버핏 소유의 전력 회사 ‘퍼시피코프’가 미국 서부 와이오밍주의 폐쇄 석탄 공장 부지에 나트륨을 이용한 원자력발전소 ‘나트리움’을 건설할 계획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차세대 원전으로 각광 받는 SMR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탈원전 정책에 발이 묶여 기껏 개발한 기술도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다. ‘오기의 정책’을 더 이상 밀어붙이지 말고 미래형 에너지 정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때다.

/정민정 논설위원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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