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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지게임' 된 국민연금…이대론 그리스처럼 국가부도 위기 맞는다"

■연금학회 춘계학술대회

연금고갈 2057년으로 추계했지만

저출산 가속화에 더 앞당겨질 전망

2042~2088년 적자 1.7경 분석도

정부 개혁 의지·사회적합의 절실

한국연금학회와 한국인구학회, 서울대 인구정책센터가 3일 서울 상공회의소에서 공동 개최한 춘계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연금학회




“현재 국민연금은 ‘폰지게임(다단계 금융 사기)’에 가깝습니다. 강력한 개혁이 필요합니다.” (이창수 숭실대 교수)

한국연금학회가 3일 ‘인구 오너스 시대의 노후 소득 보장과 연금 산업 발전 방향’을 주제로 개최한 춘계학술대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강한 연금 개혁을 주문했다. 정부가 더 이상 연금 개혁을 방치할 경우 몇 십 년 내 그리스와 같은 국가 부도의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정부의 연금 재정 추계부터 현실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지난 2018년 4차 연금 재정 추계에서 2015년 출생 통계(출산율 1.24명)를 바탕으로 국민연금이 오는 2057년 소진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가뜩이나 낮았던 출산율이 지난해 0.84명까지 급락해 연금 고갈 시기가 훨씬 더 앞당겨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날 ‘인구구조 변화와 공적 연금 재정’을 주제로 발표한 신화연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2019년 인구통계(출산율 0.92명)를 반영해 계산한 추계에 따르면 정부가 현행 국민연금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2090년 보험료율을 36.7%까지 높여야 한다. 이는 2018년 정부 공식 재정 추계에서 발표한 28.8%보다 8%포인트 가까이 높은 수치다. 기존 전망에서도 이미 감당하기 어려웠던 보험료율 인상 폭이 인구 고령화에 따라 더 높아진 것이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이 교수는 “한국은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화사회 진입까지 27년이 걸릴 것으로 보여 그 속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2060년에는 정부 예산의 약 24%를 연금 적자 메우기에 써야 할 정도”라며 “독일·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연금 개혁에 나선 반면 우리나라는 연금과 관련한 컨트롤타워조차 없어 종합적인 처방 관리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정부가 당장의 반발이 불가피한 연금 개혁에 뚜렷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국민연금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국회가 2018년 정부가 제시한 네 가지 대안을 토대로 합리적 대안을 선택해야 한다”고 밝혀 사실상 공을 국회로 돌렸다. 정부는 당시 현재 9%인 보험료율을 12~13%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가장 강력한 방안을 선택하더라도 소진 시점을 6년 더 미루는 수준에 불과해 개혁 의지가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1990년대생부터는 국민연금 고갈로 인한 고통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의 고우림 박사는 이날 1990년대생이 국민연금을 받게 될 무렵인 2054년부터 연금을 내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크로스오버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 중위 추계를 2100년까지 연장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사망·출생 등 변수를 분석한 결과다. 늦어도 2059년부터는 수령 인구가 납입 인구를 추월한다는 계산이다. 고 박사는 “현재로서는 누군가의 희생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이 부담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대안을 세우지 않으면 미래 세대가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낳지 않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우려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권구찬 서울경제신문 선임기자도 “2042년 이후 2088년까지 국민연금 누적 적자가 1경 7,000조 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며 “이런 자료를 정부가 공개해 재정 추계의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올해부터 초저출산 세대가 대학에 입학하기 시작해 학생 등록금에 운영비를 의존하는 지방 사립대학과 사학연금이 모두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와 정명구 영국런던보건대학원 연구원은 이날 ‘벚꽃 엔딩과 사학연금’이라는 주제의 발표를 통해 “올해부터 지방 사립대학의 신입생 수 감소가 본격화해 사학연금의 누적 적자가 2024년 3,120억 원에 이르게 될 것”이라며 “정부는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사학연금 개혁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계봉오 국민대 교수는 이에 대해 “사학연금의 급여율 조정, 교원 정년 연장 등 내적 개혁도 빠르게 추진해야 하지만 장기적으로 사학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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