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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비 내달라" 베트남 정부 요구에…진땀 빼는 韓 기업

지난 1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텅 빈 노이바이 공항 내부를 청소부 두 명이 걷고 있다. 베트남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이 확산함에 따라 수도 하노이를 통한 입국이 일시 중단됐다. 코로나19 예방 및 통제 국가지도위원회와 교통부는 이날부터 오는 7일까지 노이바이 공항을 통한 국제선 입국을 일시 중지했다./연합뉴스




베트남 정부가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코로나 19 백신 구매비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기업들도 코로나 19로 매출 감소 등 경영난을 겪고 있는 만큼 베트남 정부의 노골적인 백신 구매비 요구가 납득이 안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현지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한국기업들에 전화 등을 통해 백신 펀드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폰 가입자들에게도 일제히 문자를 보내 백신 기금 마련에 동참해달라면서 계좌까지 공지했다.

호찌민에 있는 A사는 최근 현지 정부 관계자로부터 백신 기금을 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A사의 관계자는 "당국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뒤 돈을 주면 우리 직원들이 백신을 맞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그건 장담할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며 "코로나로 인한 매출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요구까지 해대니 속이 터질 지경"이라고 말했다.



기금 조성에 불참할 경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지원을 고민하는 기업들도 있다. 롱안과 동나이 지역에 위치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보장한다고 해서 베트남에 들어오면서 이같은 상황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면서 "펀드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어떤 불이익을 감수해야할지 몰라서 돈을 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공기관도 비슷한 요청을 받았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당국에 재원이 없다고 설명했지만 '기업들로부터 지원을 받으면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면서 거듭 지원을 요구했다"면서 "성의 표시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베트남 중앙정부는 앞서 민간기업들로부터 지원을 받아 백신 구매 펀드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베트남 정부는 총 1억5,000만 회분의 백신을 마련하기 위해 11억달러(1조 2천317억원) 규모의 재원을 배정했다. 베트남 정부는 현지 공기업과 민간기업들의 도움으로 이미 상당한 규모의 재원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국을 비롯한 외국계 기업 중에서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펀드 조성에 참여한 곳은 없다.

/양지윤 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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