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4일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인용해 ‘기본소득제’의 정당성을 강조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알면서 치는 사기인가? 책은 읽어 보셨나? 아전인수도 정도껏 하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윤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지사께서 자신이 주장하는 전국민기본소득을 노벨상 수상자들도 제안했다며 자랑하셨다”며 “심지어 노벨상 권위에 기대 논쟁 상대방을 깎아내리기까지 한다. 어처구니가 없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어 그는 “존경받는 개발경제학자 베너지-두플로 교수는 선진국의 기본소득에 대해 이 지사와 정반대 입장”이라며 “이것을 뒤집어 본인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꾸며대는 정치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잘 번역된 저서가 서점마다 깔려 있어 금방 확인 가능한 문제에 대해 이 정도 거짓을 내놓을 정도면 확인하기 쉽지 않은 다른 문제들은 오죽 할까”라고 덧붙였다.
윤 의원은 “이 지사에 따르면, 2019년 노벨상 수상자인 베너지-두플로 교수 부부가 ‘모든 국민들에게 연간 백만원 정도의 소액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저자들의 글을 직접 보시고 판단해보시기 바란다"며 아비지드 배너지·에스테르 뒤플로 MIT 교수가 쓴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이라는 책 내용을 일부 소개했다. 그가 인용한 부분은 503~516 페이지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부유한 나라와 달리 가난한 나라는 보편기본소득이 유용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은 복잡한 프로그램을 운용할 행정역량이 부족하고 농촌기반사회라 소득파악도 어렵기 때문이다. 인도의 경우 상위 25%를 제외한 75% 인구에게 매년 7,620루피(430달러) 정도를 지급하면 절대 빈곤 대부분을 없앨 수 있다. 기존의 주요 복지프로그램을 모두 대체해 재원을 충당하고, 상위 25%를 제외하기 위해서는 지급방식을 번거롭게 만들어 여유있는 사람이 스스로 지원금을 타가지 않도록 설계할 수 있다. 반면, (미국과 같은) 선진국은 돈이 필요해서만이 아니라, 일 자체가 목적의식, 소속감, 성취감, 존엄성, 자아계발 등 삶의 의미를 가꾸는 주축이다. 선진국 사회가 현재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보편기본소득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일자리를 만들고 지키는 것, 근로자의 이동을 돕는 것이 핵심이다."
앞서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 지사의 기본소득제 구상에 대해 “성장도 아니고 복지도 아닌 사기성 포퓰리즘일 뿐”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소주성)으로 경제를 망쳐놓더니, 이 지사는 소주성 v.(버전)2인 기본소득으로 경제를 망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 지사는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베너지 교수와 사기성 포퓰리즘이라는 유 전 의원 모두 경제학자라는데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까”라며 “베너지 교수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세계적 석학이고, 유 전 의원님은 뭘 하셨는지는 몰라도 아주 오래 국민의 선택을 받으신 다선 중진 국회의원이심을 판단에 참고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홍연우 인턴기자 yeonwoo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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