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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베르쉬르메르





1944년 6월 6일 오전 5시 30분 프랑스 북서부 노르망디 해안 마을인 베르쉬르메르에 우렁찬 포성이 울렸다. 역사적인 노르망디상륙작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두 시간가량의 집중포화로 독일군 진지는 쑥대밭이 됐고 7시 25분에는 영국 제50보병사단의 본격적인 상륙이 개시됐다. 날씨는 변덕스러웠고 독일군의 저항도 컸지만 영국군은 더욱 거세게 몰아쳐 이튿날 승전고를 울렸다. 이 전투에서 영국군 1,000여 명이 희생됐고 독일군 2,000여 명이 궤멸적 타격을 입었다. 암호명이 ‘골드 비치 작전’인 베르쉬르메르의 이 전투는 나치 독일에 대한 자유주의 연합국의 결정적 승전으로 길이 기억되고 있다.

베르쉬르메르는 면적이 9.01㎢로 여의도(2.9㎢)의 세 배가량이다. 베이커리가 맛있기로 유명하고 조랑말 타기나 새우 낚시, 세일링 등을 즐길 수 있는 레저 관광 명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11세기 전후에 건설된 베르쉬르메르 교회와 1908년 해변의 고지대에 세워진 등대 등 볼거리도 많다. 해안 등대는 ‘골드 비치’ 작전 때 치열한 교전으로 훼손됐으나 전쟁 뒤 복원됐다.

‘골드 비치’ 전투가 개시된 1944년 6월 6일부터 8월 31일까지 노르망디상륙작전에서 숨진 영국군은 총 2만 2,442명에 이른다. 이들을 추모하는 야외 기념관이 최근 베르쉬르메르 일대에 조성됐다. 영국 정부 예산과 민간 기부액을 합쳐 3,300만 파운드(약 520억 원)가 투입된 기념관에는 육지를 향해 돌격하는 병사 세 명의 모습을 형상화한 대형 청동상이 설치됐다.



찰스 영국 왕세자는 지난 6일 개관식 영상 축사를 통해 “전몰 장병은 앞으로 몇 세대가 지나도 기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사에서 ‘독립과 호국, 민주의 정신적 가치’를 강조했으나 6·25 전쟁을 일으킨 북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현 정권이 북한 도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진심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천안함 폭침 피해자를 조롱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전선에 나선 모든 병사들을 제대로 돌볼 수 있어야 나라를 온전히 지킬 수 있다. 보훈이 소홀하면 안보도 흔들릴 수밖에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문성진 논설위원

/문성진 hns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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