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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내칼럼
[오철수칼럼] 공짜점심 중독 부추기는 나라

백상경제연구원장·서울경제 논설고문

600조 예산안에 30조 추경까지

선거 다가오자 또 현금 살포 기승

부자증세만으로는 재정감당 안돼

국민 개세주의 설득 진지한 고민을

오철수 백상경제연구원장




글로벌 버블 붕괴 충격이 한창이던 1990년대 초. 유럽의 복지국가인 스웨덴도 이 파고를 피해갈 수 없었다. 은행들이 도산하고 실업률이 치솟는 등 경제 위기가 고조됐다. 인구가 850만 명인 나라에서 일자리 50만 개가 사라졌을 정도니 당시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스웨덴 정부의 대응이다. 스웨덴 정부는 국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현금을 뿌리지 않았다. 스웨덴은 고령화로 인한 지출 부담을 감안해 복지 혜택을 줄이는 결단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나온 것이 1992년의 에델 개혁이다. 실업 수당과 양육 수당 축소 등 복지 대수술을 단행했다. 그러나 스웨덴이 복지 혜택을 마냥 줄이기만 한 건 아니다. 현금으로 주는 복지를 줄이는 대신 아동 보육과 노인 재택 돌봄 등 서비스형 복지 투자는 대폭 늘렸다. 그 결과 여성들의 경제 활동이 늘어나고 노인들의 병원 입원 일수가 대폭 줄어들면서 국가 부채가 급속도로 줄었다. 스웨덴의 사례는 위기 상황을 맞아 정부가 돈을 쓰더라도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잘 말해준다.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은 스웨덴과는 딴판이다. 차기 대통령 선거가 9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당 대선 주자들을 중심으로 현금을 살포하지 못해 안달이다. 여기에 중심을 잡아야 할 정부까지 나서 또다시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추진하고 있다.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재난지원금 지급과 자영업자 손실보상, 백신 휴가비 지원 등에 최대 30조 원을 쏟아부을 모양이다. 다분히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지난해(66조 8,000억 원)에 이어 2년 만에 무려 100조 원의 추경이 편성되는 셈이다. 내년 정부 본예산만 600조 원에 이르는 초슈퍼 예산이 예고돼 있는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추경까지 가세하면서 재정 중독증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4년 내내 우리 정부의 정책은 이런 식이었다. 민간 부문의 성장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는 관심이 없고 질 낮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만드는 데 혈세를 쏟아부었다. 선거를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한 현금 뿌리기도 고질병이 됐다. 이런 정책이 가져온 결과는 무엇인가. 경제 성장 효과는 없고 국고만 축내고 있다. 완전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이로 인해 2017년 660조 원에 불과했던 국가 채무가 올해 966조 원으로 불어났다. 내년에는 1,1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국가 빚이 무려 400조 원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주요 국가 가운데 국가 채무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올해 53.2%에서 2026년에는 69.7%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더 한심한 것은 재원 마련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다는 것이다. 정치판에서는 표를 의식한 부자 증세라는 정치공학적 접근만 난무하고 있다. 문제는 부자 증세만으로는 그 많은 빚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복지를 더 확대하려면 어떻게든 증세를 하지 않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 지금처럼 적자 국채 발행에 의존하는 것은 미래 세대에 부담만 지울 뿐이다. 현재 우리나라 근로자 10명 가운데 4명 가까이는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부자들만 세금을 더 내라고 요구하는 것은 명분도 설득력도 없다. 설령 1원을 내고 2원을 복지로 돌려받더라도 사회 구성원 모두가 세금을 부담하는 것이 맞다. 지금처럼 세금 내는 사람 따로, 공짜 점심 먹는 사람 따로 있는 구조에서는 포퓰리즘의 독버섯만 기승을 부릴 뿐이다. 얼마가 됐든 각자가 세금을 내야 포퓰리즘의 해악도 막을 수 있다.

그러잖아도 급속한 고령화로 복지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이다. 지금처럼 현금 퍼주기가 계속되면 국가 재정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진다. 당장 표를 얻자고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면 미래 세대의 부담만 커진다. 이쯤에서 국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국민개세주의 원칙에 따라 모든 국민이 세금을 내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만일 정부가 조세 저항을 돌파할 용기가 없다면 포퓰리즘 정책부터 당장 멈춰야 한다.

/오철수 cso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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