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보증보험 독과점을 해소하겠다고 나서면서 서울보증보험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공적자금이 12조 원 투입된 서울보증보험은 독과점 지위를 누리고 있지만, 매각을 위해서는 민간에 시장을 열어야 한다. 이 경우 기업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고심하고 있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해 서울보증보험 매각을 전제로 업계 관계자와 사전 논의를 벌였다. 당시 회의 참석자들은 매각을 위해 보증보험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보증보험 매각을 주도하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정부의 보증보험 시장 개방 타이밍에 맞춰 서울보증보험 매각 시기를 보고 있다”면서 “인수자 입장에서 개방 시점이 명확해야 인수가가 정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때마침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규제학회와 연 학술대회에서 “보증보험 시장의 독과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수년에 걸쳐 공공기관이 독점한 보증보험 시장의 경쟁 활성화를 주장해 왔다.
보증보험시장은 주택도시보증공사(시장점유율 31%)와 서울보증보험(25%)이 독과점 지위를 갖고 있다. 특히 신원보증보험, 인허가보증보험, 전세금보장신용보험 등 보험을 활용한 보증 상품은 서울보증보험이 유일하다. 지난해 말 기준 보증액은 377조 원 당기순이익은 3,288억 원 에 달한다.
서울보증보험은 예금보험공사가 지분 93%를 쥔 최대 주주다. 외환위기로 민간보증보험이 합병하며 탄생했고 이후 예보와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모두 11조 9,000억 원을 지원했다. 이후 배당금과 우선주 상환, 유상증자를 통해 약 6조 원을 회수했다. 금융당국은 공적자금 투입 기업의 기업가치를 유지하고 각종 금융정책 시 활용을 위해 그동안 보증보험시장의 민간 개방을 주저해 왔다. 다만 서울보증보험의 배당성향이 50%에서 30%대로 낮아지면서 민간의 매각 필요성이 커진 게 사실이다.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실제 서울보증보험이 매물로 나온다면 KB손해보험이나 한화손해보험 등이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도 공적자금 투입 기업 매각을 놓고 금융당국과 경쟁당국간 시각차를 보인 사례가 있었다. 2006년 공적자금이 투입된 LG카드가 신한카드로 매각될 즈음 공정위는 허가제인 카드산업을 인가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반대했고, 카드업의 높은 진입장벽이 유지되면서 LG카드는 매각 초반 5조 원에서 출발해 7조 원 가까운 가격에 팔렸다.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