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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발신제한' 숨 돌릴 틈 없는 94분…드디어 올 것이 왔다

영화 '발신제한' 스틸 / 사진=CJ ENM 제공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을 영화가 나타났다. 스릴과 서스펜스, 그리고 감동까지 즐길 수 있기에 충분하다. 데뷔 22년 만에 첫 주연을 맡으며 가감 없이 내공을 발휘한 조우진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영화 ‘발신제한’은 은행센터장 성규(조우진)가 아이들을 등교시키던 출근길 아침, 자신도 모르는 휴대폰으로 ‘차에서 내리는 순간 폭탄이 터진다’는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성규는 의문의 남성에게 거액의 돈을 요구받고 단순한 보이스피싱이라고 치부하지만, 눈앞에서 동료의 차가 폭발하는 것을 보고 현실을 직시한다. 폭발 사고로 뒷좌석에 타고 있던 아들까지 큰 부상을 당하고 일촉즉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작품은 주인공을 계속해서 궁지에 몰아넣으며 긴장감을 유발한다. 성규는 아들의 부상 때문에 병원으로 가겠다고 하지만, 수화기 너머에서는 “나랑 상관없다”는 차가운 범인 진우의 목소리만 들린다. 진우는 송금을 재촉하면서 이 사실을 경찰에게 알려서도, 전화를 끊어서도, 차 밖으로 나가서도 안 된다고 경고한다. 성규의 수상한 움직임에 경찰은 그를 부산 도심 테러 용의자로 의심하고 추격한다. 이 때문에 성규는 범인과 경찰에게 동시에 쫓기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처절함에 긴박해져만 간다.

영화 '발신제한' 스틸 / 사진=CJ ENM 제공


김창주 감독은 속도감 있는 연출로 도심 추격 스릴러라는 장르적 특성을 강화했다. '끝까지 간다' '터널' '더 테러 라이브' 등의 편집 감독 출신인 김 감독이 첫 장편 연출작부터 자신의 강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관객이 주인공과 같은 타임라인을 따라가며 마치 바로 옆에서 보는 듯한 느낌을 준 뒤 밀폐된 공간, 한정된 시간 등의 공포를 불어넣는다. 그리고 아슬아슬한 카체이싱으로 백미를 장식한다.

스릴에만 집중하지도 않았다. 드라마적 요소 덕분에 작품은 완성도가 한층 높아진다. 일 때문에 가족에게 소홀했던 성규는 벼랑 끝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한 치 앞을 모르는 상황에서도 미래를 약속하는 의젓한 딸의 태도는 울컥하게 만든다. 진우와 성규의 관계를 통해서는 누군가의 아픔이 행운으로 다가온 자의 말로를 이야기한다. 억지 감동을 끌어다 놓은 것이 아닌 드라마적 서사를 부여하는 장치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러닝타임 94분 동안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게 표현됐다.



영화 '발신제한' 스틸 / 사진=CJ ENM 제공


이 모든 것을 개연성 있게 끌어갈 수 있었던 데는 주연 배우 조우진의 몫이 크다. 그는 첫 단독 주연이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무게감 있게 작품을 이끌어 갔다. 그는 얼굴이 빨개졌다가 창백해지고 입술도 점점 메말라가는 등 전개에 따른 섬세한 변화를 표현했고, 연기 톤의 강약을 조절하며 변주를 줬다. 장소적 제한에 따른 표현의 한계를 타파했다.

성규의 딸 혜인 역을 맡은 배우 이재인의 발견 또한 반갑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이야기에 이재인의 굵은 감정선이 더해져 작품이 더 풍부해졌다. 공포에 짓눌린 상황에서 과한 표현보다 절제된 감정 연기로 몰입도를 높이는 내공이 돋보인다. 23일 개봉.

/추승현 기자 chu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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