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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최저임금 결정 방식 바꾸자

김동원 고려대 교수·경영학

최저임금위 연구분석기능 강화

상시 가동해 '중장기 원칙' 협의

파행 일쑤 현 제도 보완 바람직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지금 정부세종청사에서는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 속에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최저임금은 19세기 말 뉴질랜드에서 처음 시작된 제도로 지금은 거의 모든 시장경제 국가에서 이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지난 1988년부터 올해까지 35년간 실시해왔다. 하지만 오랜 경험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의 결정 방식은 노사 양측과 국민 모두에게 만족스럽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봄 최저임금위원회가 시작돼 노사 대표와 공익위원이 두어 달간 회의를 진행하게 된다. 회의장 앞에는 예외 없이 노동자 단체들이 몇 주간 농성을 하고 회의장 내에서는 노사 간에는 고성이 오가며 멱살을 잡는 등 서로 몸싸움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대개 최저임금 심의 중 노사 협상은 인신공격과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노사 중 어느 한 측은 퇴장을 하는 사태도 흔히 발생한다. 이달 말로 정해진 결정 시한이 임박하면 노사 공익 대표들은 며칠씩 밤을 새워 협상을 진행하고 대개는 새벽 이른 시간에 최저임금 인상률이 결정된다.

최저임금이 중장기적인 계획 없이 그해 그해 임기응변적으로 결정되는 점과 노사 간 밤샘 협상의 와중에 대부분 노사 중 어느 한쪽이 퇴장하며 파행적으로 마무리된다는 점을 들어 현행 최저임금의 결정 방식을 재고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 실제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노사 간의 갈등을 줄이고자 인상 폭의 범위를 정부가 정하고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그 범위 내에서 인상을 결정하는 이원적 방식을 도입하려 했으나 노사의 호응이 없어 중단된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눠진다. 첫째, 최저임금을 단체 협상으로 결정하는 국가는 벨기에·핀란드·이태리·스웨덴 등이 있다. 둘째, 노사 협상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가 결정하는 국가는 체코·아일랜드·슬로바키아 등이다. 셋째, 프랑스·스페인·네덜란드·뉴질랜드·캐나다 등은 최저임금을 정부가 결정한다. 국회에서 법률로 결정하는 미국도 이 그룹에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노와 사, 그리고 공익으로 이뤄진 위원회를 운영하는 국가는 한국·폴란드·영국·터키·독일·멕시코·일본·호주 등 대부분의 국가들이다. 하지만 다른 국가의 사례를 봐도 우리나라가 채택한 현재의 위원회 방식보다 나은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처럼 노사 관계가 대립적인 국가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모양세를 갖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너무 커져서 바람직하지 않고 국회가 결정한다면 선거 제도와 맞교환이 이뤄지는 등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 노사 간 협상만으로 결정된다면 지금보다 더 극한적인 노사 갈등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최저임금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우선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임금 상승, 인플레이션, 실업, 자영업자의 폐업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계층별로 면밀히 분석해 위원회가 협상력보다는 통계에 의한 의사 결정을 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해당 자료를 제공하는 위원회의 연구 분석 기능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위원회를 일 년 내내 상시 가동해 노사와 공익 대표가 중장기적인 최저임금 인상 목표나 원칙에 합의하고 매년 협상은 그 가이드라인에 따라 진행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로 최저임금을 둘러싼 많은 문제점을 모두 해소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제도적인 혁신의 도입으로 주먹구구식이고 단견적인 현행 제도의 약점이 다소나마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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