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이 8일 4개 주요국과 한국의 고용 환경을 비교한 결과를 보면 노조 파업으로 인한 우리나라의 근로 손실 일수가 일본의 193.5배에 달했다. 이번 조사는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임금 근로자 1,000명당 근로 손실 일수를 계산했는데 한국은 연평균 38.7일로 영국(18.0일), 미국(7.2일), 독일(6.7일), 일본(0.2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러다 보니 세계경제포럼(WEF) 조사에서 한국의 노사 협력 순위는 141개국 중 130위에 머물렀다. 노동 유연성도 97위로 미국(3위), 일본(11위), 영국(14위), 독일(18위)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 있는 것이 우리 노동 경쟁력의 현실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나라의 주력 기업들은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되풀이하고 있다. 코로나19가 4차 대유행에 접어드는데도 현대차 노조는 7일 조합원 투표에서 압도적 비율로 파업을 가결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등으로 상반기에만 7만 대의 생산 손실이 발생했는데 또다시 파업의 깃발을 내건 것이다. 동시에 한국GM도 쟁의행위를 예고해 자동차 업계 전반에 ‘하투(夏鬪)’의 악몽이 재연될 조짐이다. 조선 업계에서도 현대중공업 노조가 크레인까지 점거하며 수주 릴레이로 들뜬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노사 관계를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만든 친(親)노조 정책이 주력 기업의 줄파업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쟁의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대항권은 꽁꽁 묶어놓고 실업자와 해고자의 기업별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등 편향적 노동 법규를 만들어내니 떼쓰기식 강경 투쟁이 이어지는 것이다. 지금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올라섰다고 축배를 들 때가 아니다. 정부가 할 일은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도록 체질을 개선하며 노동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숱한 국가들이 노동 개혁을 외면하다가 ‘병든 나라’로 전락했음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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