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 시간) 미국 시카고 매코믹플레이스의 기아 전시장. 15일 일반 공개를 앞두고 바닥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지만 전시장 가운데 뒤쪽에 대중에게 처음으로 공개되는 전기자동차 ‘EV6’ 무대가 별도로 설치돼 있었다. ‘시카고 오토쇼 2021’에서 기아의 주인공이 EV6임을 보여주는 상징적 대목이다.
기아는 최대 5명이 탈 수 있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EV6의 경쟁 상대로 테슬라의 ‘모델Y’와 포드의 ‘머스탱 마하-E’를 꼽았다. 현장의 기아 관계자에게 “모델Y 대비 EV6가 갖고 있는 강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충전 속도와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모델Y보다 낫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EV6 가격은 4만 달러대 중반이거나 5만 달러가 넘지 않을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 급속 충전기를 사용할 경우 EV6는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18분 정도가 걸린다. 테슬라의 모델Y는 80%까지 약 40분이 소요된다. 충전기 출력과 조건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충전 시간만큼은 EV6가 우위라는 것이다. 모델Y의 가격은 5만 2,990달러(약 6,045만 원) 수준이다.
이날 기아는 미디어 행사에서 별도의 기자회견이나 설명회를 열지 않았다. 그럼에도 다른 브랜드의 설명을 건너뛰고 EV6를 보려는 취재진이 꾸준히 몰렸다. 이들 사이에서는 “기아 부스가 가장 낫다” “EV6가 매우 인상 깊다”는 말이 터져 나왔다.
이번 시카고 오토쇼는 ‘전기차의 향연’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오는 19일까지 이어지는 행사 기간에 17종의 전기차가 전시되기 때문이다. 닛산은 소형 전기 SUV ‘2022년형 아리야’를 선보였다. 카스닷컴은 “테슬라가 아닌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 업체들이 점점 더 전기 SUV 시장에 뛰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도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차량 가운데 하나였다. 미국에서 인기가 높은 픽업트럭의 전기화에 가속도를 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포드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60마일(약 96.5㎞/h)까지 속도를 내는 데 4초 중반대면 가능하다”며 “강력한 힘도 유지했다”고 선전했다.
현장에서의 반응도 좋았다. 전통적인 뒤 적재공간 외에 엔진이 있던 자리에 앞 트렁크가 자리잡고 있는 구조라 눈길을 끌었다. ‘활짝 열었을 때 성인 여성 2명 정도가 넉넉히 앉을 수 있다’는 설명이 따라왔다.
폭스바겐의 전기차 ‘ID.4’와 포드의 ‘머스탱 마하-E’, 도요타의 ‘RAV4’ 같은 전기차들도 이날 공개됐다. 머스탱 마하-E는 연방정부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번 시카고 오토쇼는 전기차의 부활을 알리면서 코로나19 이후 자동차 판매를 더 늘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토트레이더의 애널리스트인 미셸 크렙스는 “모터쇼의 귀환은 우리의 삶이 어느 정도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점을 가리키는 표시”라며 “모터쇼는 소비자들에게 최적의 쇼핑 장소다. 최근 몇 달간 차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은 모터쇼에서 차를 비교해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닷지와 크라이슬러 최고경영자(CEO)인 팀 쿠니스키스는 폭스비즈니스에 “사람들은 차를 보고 만지고 느끼고 싶어한다”며 “또 실제 크기를 보고 싶어하는데 이는 온라인에서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첫 모터쇼로서 한계도 보였다. 이번 시카고 오토쇼만 해도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현대차·마즈다 같은 주요 자동차 업체가 불참했다.
얼마나 많은 관람객을 끌어모을 수 있을지도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일반 공개 첫날인 15일자 입장권 가운데 14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아직 팔리지 않은 표가 2만 7,000여 개에 달한다. 최근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편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3%(판매 대수 기준)에 불과했던 전기차 점유율은 2040년 58%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기차에서 가장 비싼 부품인 배터리 가격이 전반적으로 내려가게 되면 향후 전기차 시장의 성장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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