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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24시] 미국내 정치 역학과 바이든의 對中정책

김재천 서강대 교수·정치학

미국내 초당적으로 反中정서 고조

미중 관계 다면성 강조했던 바이든

유화기조 비판 공화당과 선명성 경쟁

對中 협력 줄고 적대적 강경책 심화

김재천 서강대 교수




탈냉전 시대 미국의 대중 정책은 ‘봉쇄(containment)’와 ‘관여(engagement)’를 적절히 혼용해 구사해야 한다는 ‘컨게이지먼트(봉쇄적 개입·con-gagement)’라는 용어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대중 정책에 근본적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중 관계를 ‘극한 경쟁’으로 규정하고 “오직 한 국가만이 승리(only one winner)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30년간 이어진 대중 정책 기조와의 단절을 공식화하는 발언이다.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은 미중이 본격적인 경쟁 관계에 진입했지만 미중 관계는 경쟁뿐 아니라 협력이 공존하는 다면적 관계라는 인식을 드러내고는 했다. 일례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미중 관계는 적대적인 측면과 경쟁적인 측면이 있지만, 협력적인 측면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제이크 설리번 안보보좌관과 커트 캠벨 아시아 조정관도 미중 관계의 다면성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협력의 영역은 줄어들고 경쟁은 심화하는 추세다. 왜일까. 우선 강대국 경쟁의 속성 때문이다. 강대국 경쟁은 한 분야의 경쟁이 다른 분야로 확장돼 전면적 경쟁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속성이 있다. 특히 이념적 지향이 다른 강대국 경쟁은 체제 경쟁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내 정치적 이유도 크다. 미국의 반중 정서는 고조돼 있고 대중 강경책은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다. 대중 강경책이 ‘국가적 합의’가 된 상황에서 공화당은 호시탐탐 바이든의 대중 정책을 유화적이라고 비판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우선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친중 성향이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고, 바이든이 상원 외교위원장과 부통령을 역임할 때 중국을 약하게 다룬 “부드러운 사람(softie)”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바이든이 차남의 중국 비즈니스 때문에 중국에 유화적이라고 질책한 적도 있다.



지난 3월 블링컨 장관과 설리번 보좌관은 중국의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부장을 앵커리지로 불러 약식 회담을 개최한 적이 있는데, 상견례를 겸한 최초의 고위급 외교 회담이었지만 양측은 매우 거친 언사를 주고받았다. 양제츠와 왕이도 세게 나왔지만, 블링컨과 설리번 역시 중국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하지만 다음 날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국무장관을 역임한 마이크 폼페이오는 폭스 뉴스에 출연해 블링컨이 중국을 너무 살살 다뤘고, 자기였으면 훨씬 더 강하게 대응했을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유화 기조를 비판했다. 마코 루비오,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도 기다렸다는 듯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이러한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미국에서는 바이든이 공화당과 대중 강경 노선의 ‘선명성’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은 트럼프의 대중 관세가 과도하다며 집권하면 이를 조정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는데 취임 이후에는 관세를 조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바이든은 위구르 탄압이 ‘제노사이드(대량학살)’냐는 질문에 중국만의 “다른 규범(different norm)”이라 했고, 추후 이를 해명하느라 고생한 적이 있다. 미국은 유엔 제노사이드 협약 서명국이다. 어떤 사안을 제노사이드로 규정하면 개입을 의무화한 제노사이드 협약에 얽매일 수 있어 바이든이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 하지만 바이든도 결국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위구르 탄압을 제노사이드로 규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은 ‘코로나 우한 실험실 기원설’을 트럼프의 과도한 공세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바이든이 앞장서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중국을 겨냥한 제재의 수와 강도, 그리고 이를 위한 행정명령도 증가하는 추세다.

바이든 행정부는 기후변화와 코로나19 대응이 미중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라고 했지만, 이러한 분야에서도 양국은 ‘표준 경쟁’을 벌이고 온실가스 배출권과 코로나19 백신을 외교적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국내 정치 상황은 바이든의 대중 정책을 본인의 의도보다 더 강경한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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