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한 달 법인 세수가 지난해보다 1조 4,000억 원이 줄었다. 법인 세수가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인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지난해 5월 휴일로 납부 기한이 연장된 법인세가 6월에 들어온 영향이 크기는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이 법인세 등 세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반기 전체 국세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조 8,000억 원 더 걷혔다. 경기회복으로 소득세·법인세 수입이 늘어난 데다 부동산 등 자산시장 호조까지 겹치면서 상반기 국세 수입이 180조 원을 넘었다. 하지만 역대급 세입에도 지출이 더 늘어나며 재정 적자는 80조 원에 달했다.
10일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및 이슈 8월호’에 따르면 1~6월 국세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48조 8,000억 원 증가한 181조 7,000억 원이었다. 올 상반기 국세 수입 진도율(연간 목표 대비 수입 비율)은 64.3%로 전년 동기 대비 17.7% 높았다. 상반기에 거둬들인 세수가 이미 지난해의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세로 법인세가 10조 4,000억 원, 부가가치세가 5조 1,000억 원 더 걷혔다. 부동산·주식시장 등 자산시장 호조로 전년 대비 양도소득세가 7조 3,000억 원, 증권거래세가 2조 2,000억 원 늘었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족의 상속세 납부 등으로 우발세 수도 전년 대비 2조 원 증가했다.
하지만 통상 우리 국세 수입이 ‘상고하저’ 형태를 띤다는 점에서 이 같은 세수 증가세가 계속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더구나 지난해에는 갑작스러운 코로나19 확산으로 이월 납부와 납부 유예 등 정부의 세정 지원이 이뤄져 그 기저 효과로 인한 증가분이 13조 3,000억 원에 달했다. 오히려 올 하반기에는 지난해 하반기로 납부 유예됐던 세금이 대비되며 ‘역기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미 전년 동월 대비 국세 수입 증가 폭은 반 토막 나 세수 증가세 둔화를 예고하고 있다. 전년 동월 대비 추가 세수는 1월 2조 4,000억 원에서 4월 13조 8,000억 원까지 매달 증가했으나 5월에는 10조 8,000억 원으로 한풀 꺾였다. 6월에는 5조 2,000억 원이 전년 동월 대비 더 걷혀 5월 증가 폭의 절반 수준이었다. 6월 한 달간 법인 세수는 전년 동기 대비 1조 4,000억 원 감소해 마이너스 전환하기도 했다. 다만 이는 지난해 휴일 등으로 납부 기한이 6월까지로 연장돼 일시적인 요인이라는 게 기재부 측의 설명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재확산세로 인해 경기회복과 관련 깊은 부가가치세 등이 다시 꺾일 수 있다는 점이다. 7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3.2로 전월 110.3보다 7.1포인트 하락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대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 교수는 “올 하반기에 세수가 늘어날 요인은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정부가 약 35조 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한 만큼 세금을 뿌려 부가세 감소분을 막는 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반기에 세수 증가 추세가 멈출 경우 재정수지는 다시 악화할 수밖에 없다. 국세를 비롯한 모든 분야의 수입이 늘면서 6월 말까지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전년 동기 대비 42조 8,000억 원 줄어든 47조 2,000억 원이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 적자도 전년 동기 대비 30조 8,000억 원 개선된 79조 7,000억 원을 기록했다. 다만 정부는 올해 추가 세수가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당시 예상치인 31조 5,000억 원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영전 기재부 조세분석과장은 “코로나 재확산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자산시장의 불확실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추계했기 때문에 올해 국세 수입이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자산 세수 역시 호조를 보이고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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