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지난 15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진입하자 아프간 정부가 사실상 항복을 선언하는 등 사태가 급변하면서 현지 한국대사관이 잠정 폐쇄됐다. 아프가니스탄이 20년 만에 다시 탈레반의 나라가 된 것이다.
외교부는 이날 밤 공지를 통해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어 15일 현지 주재 우리 대사관을 잠정 폐쇄키로 결정하고 공관원 대부분을 중동 지역 제3국으로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다만, 외교부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에 체류 중인 재외국민 1명의 안전한 철수 등을 지원하기 위해 현지 대사를 포함해 일부 공관원이 현재 안전한 장소에서 본부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의 안전한 철수를 위해 미국을 포함한 우방국들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프가니스탄 체류 교민 대부분은 지난 6월 정부가 철수를 요청한 이후 현지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탈레반이 카불 함락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현지 주민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고, 국제공항에는 국외로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등 혼란이 커지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대사관은 이날 본격적으로 철수를 시작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를 지원하기 위해 미군 5,000명 배치를 승인했다. 영국 정부도 로리 브리스토 아프가니스탄 주재 자국 대사를 16일 저녁 전까지 탈출시킬 방침이며, 독일 역시 자국 대사관 직원과 외교관 대피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내무부 장관은 전날 탈레반이 아프간 주요 도시의 국경 초소를 모두 장악한 후 마지막 남은 수도 카불 지역으로 진입하자 “평화롭게 정권을 이양하겠다”며 사실상 항복을 선언했다. 아울러 아프가니스탄 정부 관계자는 "탈레반 협상단이 권력 인수 준비를 위해 대통령궁으로 이동 중"이라며 “협상의 목표는 탈레반에 평화롭게 정부을 넘기기 위한 것”이라고 AP통신에 전했다.
앞서 탈레반은 전날까지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 남쪽 11㎞ 지점 로가르주 지역에서 정부군과 전투를 벌였다. 또 지난 13일 카불에서 50㎞ 떨어진 로가르주의 주도 풀-이-알람까지 점령하면서 수도권을 점차 압박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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