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감시위원회(위원장 김지형)가 지배구조에서 비롯한 리스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안을 올해 안에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부 기관이 수행한 보고서를 토대로 한 이 방안은 국정 농단 사건처럼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등 최고경영진이 정권과 부정하게 엮이는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것으로 예측된다.
16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 준법위는 최근 연구 용역 기관에 발주한 ‘최고경영진의 준법 위반 리스크 유형화와 이에 대한 평가 지표, 점검 항목 설정’과 관련한 보고서 초안을 수령했다. 이 부회장이 복역 중이었던 지난 5월께 외부 연구소에 용역을 맡긴 결과물이다. 준법위 관계자는 “서울 소재 모 대학 연구소에서 수행한 용역 보고서 초안이 나왔으며 현재 보완해야 할 부분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에는 최고경영진의 준법 위반 리스크에 대한 유형별 평가 지표와 점검 항목 등이 체계적으로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경영진의 대외 후원, 내부 거래 등에 대한 대책은 물론 그룹 지배구조 문제까지 총망라한 체크리스트 성격이 짙다고 준법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방안을 최종적으로 준법위가 채택할지는 17일 열리는 정기회의에서 결정한다. 아울러 준법위는 이번 보고서를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 등 핵심 3개 계열사가 직접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맡긴 지속가능한 경영 체제 관련 컨설팅 보고서와 공유해 이르면 연내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힘을 보탠다는 계획이다.
재계는 준법위의 이번 행보를 두고 철저한 준법 경영을 바탕으로 무너졌던 기업 이미지를 완벽하게 회복한 독일 지멘스처럼 한국판 모범 사례를 만들어 내려는 노력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멘스는 2006년 말 뇌물 공여, 분식 회계 등 최악의 부패 스캔들에 휩싸였던 기업이다. 전·현직 임직원이 분식 회계와 뇌물 공여,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대거 구속되고 독일과 미국에서 16억 달러(약 1조 8,700억 원)에 달하는 벌금을 내며 이미지가 실추됐다. 하지만 경영진 평가에 준법 경영 항목을 도입하고 강력한 징계를 도입하는 노력 끝에 전 세계 기업의 ‘윤리 경영 롤모델’로 거듭나는 데 성공했다.
한편 이달 준법위 정기회의에는 재수감 207일 만에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 부회장이 참석할지 주목 받고 있다. 1월 이 부회장은 재수감 사흘 뒤 밝힌 옥중 메시지에서 “준법위 활동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밝히며 독립적 기관인 준법위 조직을 계속 유지할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따라서 재계에서는 ‘자신에 대한 우려와 걱정을 잘 알고 있다’고 출소 소감을 밝힌 이 부회장이 그룹 내 최고 준법 감시 조직으로 거듭난 준법위와 얼굴을 맞대고 개선 방안을 논의해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준법위 관계자는 이 부회장 방문에 대해 “아직 확정된 사실이 없다”며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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