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기업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연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관측까지 우세해지자 기업이 현금을 모으며 체력을 비축하는 모습이다.
16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P글로벌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 2분기 기준 전 세계 기업이 확보한 현금성 자산은 6조 8,400억 달러(약 8,023조 원)로 사상 최고치라고 보도했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5년 평균보다 45% 증가한 것이자 전 분기보다 2.6% 늘어난 규모다.
특히 여행 업계의 현금 보유량이 크게 늘었다. 델타항공의 현금성 자산은 178억 달러로 2019년의 30억 달러보다 6배 가까이 증가했다. 유람선 운영 업체 카니발코퍼레이션의 현금성 자산은 20억~25억 달러(코로나19 이전)에서 90억 달러(2분기 기준)로 3배 넘게 늘었다.
델타 변이의 등장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진 것이 기업의 현금 비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도이체방크의 마크 르웰렌 자본시장 책임자는 “유럽의 감염률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으며 더 많은 변이 출현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불확실성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책 환경도 기업에 우호적이지 않다. WSJ는 “기업들은 강력한 재정·통화정책의 효과에 힘입어 역사상 가장 강력한 반등을 경험했다”며 “하지만 이제 일부 지표는 재무 책임자에게 현금을 비축하도록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 기관들은 기업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4월만 해도 “S&P500 상장 기업의 올해 지출이 19% 증가할 것”으로 봤던 골드만삭스는 이달 6일 “오는 3분기 기업 활동이 둔화하고 3분기 지출도 5.8%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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