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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피말리는 장사" 벼랑 몰린 지역기업

코로나에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쳐

"무인자동화·해외이전 등 가속화

대응 늦은 기업들은 퇴출 불가피"

지역상의 조사결과서 위기감 심화

경영부담 완화·일자리 특단책 촉구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1% 오른 시간당 9,160원으로 확정된 가운데 서울 서초구 서초고용센터에서 한 직원이 최저임금 및 실업급여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연합뉴스




“최저임금 인상은 급등하고 있는 원부자재 가격을 더욱 부채질하면서 중소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유통구조상 공산품 판매가를 올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원부자재 가공에 필요한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대구에서 주방용품을 생산하는 A 기업의 김모 대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가뜩이나 판매 부진에 시달리는데 최저임금까지 인상되면서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여기에 금리 인상과 주 52시간 확대까지 겹치면서 그야말로 ‘n중고’에 내몰리고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31일 각 지역 상공계 등에 따르면 이달 초 고용노동부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9,160 원으로 확정해 관보에 고시했다. 이는 지난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의결한 내용으로 올해 최저임금 8,720 원보다 440 원(5.1%) 높은 금액이다. 지역 상공계는 잇따른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한계에 직면한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해 심각한 경영위기에 내몰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최근 ‘2022년 최저임금에 대한 지역 기업 긴급 의견 조사 결과’에서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확산하면서 올해 최저임금 수준도 대응하기 버겁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담았다. 이번 조사에서 올해 최저임금인 8,720원에 대해서도 제조기업 100개사 중 66%가 부담을 호소했다. 부산 지역의 제조업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의 무인자동화, 해외 이전이 가속화되고 있고 대응이 늦은 기업은 퇴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말했다.

다른 상의가 진행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나 나왔다. 대전상의는 중소기업 종사자 수가 전체 근로자 대비 83%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큰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채용규모 축소와 최단시간 근로자 양산, 청년 일자리 및 양질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구상의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 확대 같은 정부의 노동정책들이 기업의 경영애로를 가중시킬 뿐 아니라 고용시장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 전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파악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업들의 신규 채용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광주상의가 조사한 115개 기업의 절반 이상은 “최저임금 인상 자체도 경영상의 부담으로 작용하는데 여기에 추가로 임금을 인상할 경우 감원에 나설 수밖에 없는 환경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부산 지역 제조기업 10개사 중 4개사는 신규 채용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책을 세웠다.

울산에서는 10개사 중 4개사가 신규 채용을 축소하겠다고 답했고 32개사는 기존 인력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울산의 한 자동차부품공장 대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은 올려놓고 내년 경기가 호전되지 않는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의 차등 적용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창원의 한 제조업 관계자는 “현실과 동떨어진 최저임금을 일괄 적용하는 것 보다 지역별, 산업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며 “근무환경이나 업무의 난이도 등 다양한 상황의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고 이를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도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이 불러올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광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최모 씨는 “코로나19 이후 연명하듯이 하루하루 피말리는 장사를 하고 있다”며 “최저임금까지 올라 어떻게 식당을 운영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대전 서구 둔산동 법원 앞에서 추어탕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코로나19 여파로 가뜩이나 식당 운영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최근 몇 년 동안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 조리 직원까지 내보내고 직접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다”며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그나마 장사라도 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코로나19 확산에 이어 주52시간 근무제 확대와 시중은행 금리 인상 등에도 대비를 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부산·울산 중소기업계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 부담을 완화하고 취약계층의 일자리 보호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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