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 유행에 동영상, 웹툰 중심이었던 콘텐츠 소비가 올해는 웹소설, 전자책(e북) 등 텍스트 콘텐츠로 확대하고 있다. 텍스트 지식재산권(IP) 기반의 웹툰, 드라마, 영화 등이 인기를 끌자 원작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트렌드에 국내 플랫폼 업계도 앞다퉈 기업 인수·합병(M&A)이나 업체 간 제휴에 적극 나서고 있다.
5일 시장조사업체 오픈서베이가 지난 7월 국내 15~59세 남녀 1,000명을 표본 조사한 결과 올해 텍스트 콘텐츠를 소비한 이용자 중 유료 이용자 비중은 32.4%를 차지했다. 지난해 23.1%보다 10%포인트(p)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텍스트 콘텐츠 유료 소비 비중이 전년 대비 0.5%p 늘어난 데 그친 점을 고려하면 급격한 상승세다.
유형별(복수응답 가능)로는 원하는 콘텐츠를 따로 결제하는 ‘선별구매’ 비율이 전년 대비 6.6%p 늘어난 26.5%를, 월정액 ‘구독’은 5.7%p 늘어난 9.6%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은 주로 웹소설과 e북을 보기 위해 지갑을 열었다. 웹소설은 선별구매 비중이 69%, 구독구매가 16%였다. e북은 선별구매 56%, 구독구매 24%였다. 또 월 평균 사용금액은 웹소설이 2만2,600 원, e북이 2만6,000 원이다.
텍스트 콘텐츠 소비가 늘어난 배경 중 하나로 2차 창작물 흥행에 따른 원작 ‘역주행’이 꼽힌다. 실제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은 네이버웹툰 출시 후 더 큰 인기를 끌며 올 5월 기준 누적 거래액 100억 원을 넘어섰다. 월 거래액은 웹툰 연재 이전보다 최대 41배까지 늘었다.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마요’는 올해 초 JTBC 드라마로 방영된 이후 원작 웹소설도 흥행, 9월 현재 누적 다운로드 수 120만을 기록 했다. 카카오(035720)페이지 웹소설 ‘나 혼자만 레벨업’은 웹툰 효과와 함께 누적 조회 수 4억2,000만 회를 찍었다. 리디북스도 ‘상수리나무 아래’, ‘마귀’, ‘티파니에서 모닝 키스를’ 등 웹소설이 웹툰, 드라마, OST 등으로 확장하며 매출도 덩달아 늘어나는 시너지 효과를 봤다.
웹소설, e북의 인지도 상승과 함께 콘텐츠 소비가 다양화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성순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는 “그동안 동영상, 웹툰에 매몰됐다가 다른 형태의 서비스도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사람들은 정체된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확장성을 가질 것”고 이라고말했다.
여기에 음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구독 서비스에 대한 보편화 분위기도 텍스트 콘텐츠 소비에 힘을 보태고 있다. e북 플랫폼 밀리의서재 관계자는 “20~40대 중심으로 소비자들이 음악, OTT 등 구독 서비스에 익숙해지며 텍스트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도 주저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웹소설, 웹툰, 영상으로 이어지는 시너지에 플랫폼 업체들은 콘텐츠 밸류체인을 다각화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는 올 초 북미 웹소설업체 왓패드를 인수하며 웹툰과 연계한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 카카오도 지난 6월 북미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인수해 IP 확대는 물론 북미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또 최근 아마추어 웹소설 창작자들을 위한 연재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스테이지’를 오픈했다. SK텔링크는 교보문고와 손잡고 알뜰폰에서 e북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교보 eBook’ 요금제를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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