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환절기에는 재채기와 콧물·코막힘으로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 재채기는 본인을 불안하게 만들 뿐 아니라 스스로를 주변인들의 회피 대상이 되게 만들기 십상이다.
실제 중증 알레르기 비염과 코로나19는 증상이 상당히 유사하다. 차이점을 찾자면 알레르기 비염은 ‘에취’하는 재채기가, 코로나19는 ‘콜록콜록’하는 기침이 잦다. 알레르기 비염은 열을 동반하지 않는 반면 코로나19는 대개 열을 동반한다. 콧물은 알레르기 비염의 주요 증상이지만 코로나19에서는 주요 증상이 아니다. 하지만 이 구분법은 알레르기 비염과 코로나19 환자를 일도양단하는 구분법이 아닌만큼 의료진의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환절기에 알레르기 비염 환자들이 급증하는 이유는 뭘까. 환절기의 가장 큰 특징은 일교차가 크다는 점이다. 전날까지 반팔을 입었다가 다음날 바로 겉옷을 찾을 정도로 기온 변화가 심하다. 낮과 밤의 기온 차가 10도 안팎까지 벌어지는 일이 흔하다. 김동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급격한 기온 변화에 우리 몸이 적응하지 못하면서 면역력이 떨어져 여러 질환이 발생하기 쉽다”며 “특히 알레르기 비염의 경우 기온 변화나 담배 연기, 실내 오염물질, 스트레스 등으로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레르기 비염은 코에 있는 점막이 집먼지 진드기, 동물 털, 곰팡이 등 특정 물질에 과민 반응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요즘 같은 환절기나 꽃가루와 황사 등이 심한 5월에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인구 1만 명 당 알레르기 비염 진료 인원은 2004년 724명에서 2018년 1,400명으로 14년 새 2배 늘었다. 최근에는 연간 700만 명 이상이 알레르기 비염으로 병원을 찾는다. 연령대별로는 10대 이하가 전체 환자의 40% 정도로 가장 많은 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알레르기성 비염 등 알레르기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취학 전 아동이 82만7,291명에 달했다.
알레르기 비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 코 가려움증이다. 이 중 2가지 이상 증상이 있으면 의심할 수 있다. 재채기와 콧물은 보통 아침에 일어날 때 심했다가 오후에는 감소하는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이런 증상은 다른 비염에서도 동반되기 때문에 증상만으로 알레르기 비염을 쉽게 진단할 수는 없다. 이외에 눈 주위 가려움이나 충혈, 냄새를 못 맡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감기와 혼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알레르기 비염은 감기와 원인부터 전혀 다른 질환이다. 감기는 알레르기 비염과 달리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콧물과 재채기 등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지만 감기는 몸살이나 열 등을 동반한다. 콧물도 맑은 콧물보다는 끈끈하고, 재채기 역시 상대적으로 횟수가 적지만 하루종일 지속하는 특징이 있다. 알레르기 비염의 경우 증상이 1~2달 이상 오래 지속하는 반면, 감기는 대부분 1주 이내에 호전된다.
알레르기 비염의 치료는 크게 환경요법·약물요법·면역요법·수술요법 등으로 나뉜다. 환경요법은 원인이 되는 항원을 찾아 그에 대한 노출을 피하는 치료다. 약물요법은 약물을 통해 증상을 경감시킨다. 면역요법은 원인이 되는 알레르기 원인 물질 추출물을 환자에게 투여해 면역학적 관용(내성)을 일으켜 알레르기 질환을 치료하고 예방한다. 대개 3~5년 정도 장기간 치료가 요구된다. 수술요법은 점막이 너무 비대해 호흡이 곤란한 경우 시행한다. 치료 효과는 즉시 나타나지만 효과가 오래 지속하지 못하고 쉽게 재발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알레르기 비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평소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주변 환경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햄버거·피자 등 인스턴트 식품이나 화학 조미료 등은 알레르기 비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 또 갑작스런 온도 변화에도 비염이 악화할 수 있는 만큼 외출 시 마스크 또는 스카프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적절한 실내 습도와 온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환절기 실내 적정 온도는 22~23도 내외, 적정 습도는 50%~60%다.
개인 위생 관리도 중요하다. 외출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고, 체내와 체외 수분 함량을 유지하기 위해 수분을 자주 보충해줘야 한다.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으로 면역력을 기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는 알레르기 비염뿐 아니라 코로나19 감염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김 교수는 “가족력이 있는 영유아는 최소한 6개월 이상 모유 수유를 진행하고 알레르기 항원에 노출되지 않도록 집안에서는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는 것이 좋다”며 “특히 알레르기 비염의 증상이 조절되더라도 재발 또는 합병증을 막기 위해서는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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