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환상이 사라졌습니다. 기존 시스템(레거시)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바꾸려면 상당한 노력과 비용이 들어갑니다. 반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크지 않죠. 대신 블록체인은 전에 없던 비즈니스를 설계할 때 기반 기술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올해로 4년째 블록체인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는 진창호 커니코리아 상무는 최근 업계의 가장 큰 변화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3, 4년 전만 해도 블록체인이 기존 중앙화된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이미 안정화된 시스템을 블록체인으로 재구축하는 것은 비효율적이었다. 기존 체제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한 이렇다 할 혁신 사례가 나오지 못한 배경이다. 혁신은 새로운 분야에서 등장했다. 탈중앙화금융(De-Fi, 디파이), 대체불가능한토큰(NFT), 분산ID(DID), 중앙은행디지털통화(CBDC) 등이 그것이다. 지난 달 17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커니코리아 사무실에서 커니코리아 블록체인·디지털 자산 팀을 만나 블록체인 산업 컨설팅 전략 및 최근 동향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커니(Kearney)는 전세계 40개국에서 60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다. 지난 1926년 설립된 커니는 '본질적 올바름(essential rightness)'을 추구하며 고객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돕고 있다.
레거시와 블록체인 연동하는 데 관심 커져…신사업 관점에서 접근
총 12명으로 구성된 팀을 이끌고 있는 진 상무는 “최근 블록체인 업계에선 온체인, 오프체인을 연동하는 하이브리드 안 등 레거시와 블록체인을 연동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레거시를 모두 블록체인으로 바꾸는 게 아니라 레거시는 레거시대로 두고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승환 커니코리아 팀장은 “예전처럼 환상이 있어서 전사적자원관리(ERP)를 블록체인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기업은 더 이상 없다”며 “내부 프로세스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관점이 아니라 외부와 연결되는 관점, 또는 신사업 관점에서 블록체인 활용 방안에 대한 고민이 주를 이룬다”고 부연했다.
다양한 성공 사례 등장…"고객 수용도 높아졌다"
진 상무는 컨설팅 방향도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비즈니스에 초점을 두게 됐다”고 전했다. 유즈 케이스(Use Case)가 없었던 과거에는 개념을 설명하는 데도 많은 공을 들여야 했다. 그러나 최근엔 다양한 성공 사례가 나오면서 실제 사례를 기반으로 설명하게 됐다. 신 팀장은 “예전에는 컨설팅 과제를 수행할 때 고객과 협의하거나 산출물에 들어가는 내용이 개념적인 부분이 많았다”며 “당시엔 가능한 사업 모델이라고 설명할 때도 고객이 받아들이기 힘들어 했는데 최근엔 사례 중심으로 설명하면서 고객들의 수용도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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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최근 금융권 임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블록체인 트렌드 세미나에선 디파이 상품 운용 방식, 예치금 규모 등 구체적 사례와 데이터를 제시했다. 실질적 사례를 들자 임원들의 관심도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김영진 컨설턴트는 “과거에는 디파이 등을 돈 놀이라며 사기로 치부하던 기업들도 소비자가 많아지고 시장이 커지면서 더 이상 무시할 수 없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술, 서비스 기획, 법·제도 등 종합 컨설팅 준비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기업의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커니코리아는 기술, 서비스 기획, 법·제도 등 종합적 측면에서의 컨설팅을 준비 중이다. 예를 들어 NFT 관련 컨설팅을 진행하려면 다양한 이슈를 살펴봐야 한다. NFT 비즈니스에 필요한 기술은 무엇이며, 어떤 서비스를 기획할 것인지 파악해야 한다. NFT 관련 사업자가 특정금융거래정보법상 가상자산사업자에 해당되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진 상무는 “각각의 분야를 따로 컨설팅하면 지엽적 정보만 갖고 있어 제대로 된 컨설팅을 하기 힘들다”며 “개발 기술 기업, 블록체인 전문 로펌 등과 제휴를 맺고 종합적 컨설팅을 제공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주목해야 할 분야는?…디파이·NFT·DID·CBDC
이 팀은 블록체인 산업에서 주목해야 할 분야로 탈중앙화금융(De-Fi, 디파이), 대체불가능한토큰(NFT), 분산ID(DID), 중앙은행디지털통화(CBDC)를 꼽았다. 신 팀장은 “4개 영역 모두 중요하다”며 “향후 이러한 서비스가 활성화됐을 때 인프라 측면에서 보완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스마트컨트랙트가 보편화될 경우를 대비해 보안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살피고 있다는 것이다. 진 상무는 고개를 끄덕이며 “디파이에선 코드감사(Audit) 문제가 해당이 된다”며 “마찬가지로 NFT 버블이 꺼졌을 때 이 생태계를 지탱하는 인프라가 무엇인지 등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향후에는 4가지 영역이 종합적으로 맞물리는 시점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DID는 새로운 관문으로 들어가는 인증, NFT는 디지털 자산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소유권, CBDC는 결제 인프라, 디파이는 디지털 자산을 운용하는 방식으로 볼 수 있다”며 “추후엔 4가지 영역이 연결되는 메타버스가 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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